일진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성장성이 큰 배터리 핵심 소재 기업으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경쟁사와 달리 다양한 고객사까지 확보해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일진그룹이 앞으로 생산설비 개보수와 증설 등 추가로 투입해야 할 비용부담을 매각 배경으로 꼽는다.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회사 가치가 높을 때 회사를 매각해 수익을 내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검토 중인 국내 대기업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생산시설 확충에 투자금 약 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이중에서 스틱으로부터 1조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회사가 제시한 인수금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 보유 지분(53.3%)과 경영 프리미엄을 합쳐 3조원이다. 결국 4조7000억원 자금이 있어야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 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수요에 맞춰 일진머티리얼즈의 주력인 동박 수요가 급증하지만,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통상 동박 1만톤을 생산하는데 1500억원 안팎이 든다. SK넥실리스가 지난해 말레이시아 공장(5만톤)과 폴란드 공장(5만톤)을 짓는 데 각각 7000억원, 9000억원을 썼다. SK넥실리스는 현재 국내 5만 규모의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25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넥실리스의 모회사인 SKC는 작년에 산업은행과 1조5000억원의 금융협약을 맺고, 투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솔루스첨단소재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로부터 2800만달러(약 350억원)를 차입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24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머티리얼즈 역시 생산능력 확대가 불가피하다. 회사는 현재 익산공장(2만톤), 말레이시아 공장(2만톤) 등 총 4만톤의 동박 생산력을 갖췄다. 회사는 말레이시아 공장 4만톤 확충을 포함해 2025년까지 20만톤 이상 생산력을 늘릴 계획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10년대 집적회로기판(PCB) 소재회사에서 배터리용 소재 회사로 도약하며 일진그룹 핵심 자회사로 부상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888억원, 영업이익 699억원을 달성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비야디 등 다수의 유력 고객사를 두고 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매출과 영업익으로 창출되는 현금이 최소 2.5조원이고, 현재 보유한 현금(1조3000억원)까지 합치면 2027년엔 3조 이상의 현금을 확보된다”며 “향후 생산 증설에 따른 투자금은 별도로 조달할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동박 시장점유율에서 SK넥실리스(22%), 왓슨(중국·19%), 창춘(대만·18%)에 이어 일진머티리얼즈(13%) 차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자문을 맡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국내외 주요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잠재적 인수 후보들에 회사소개서를 배포하고, 매각 절차 중이다. 내달 말 예비입찰을 시작해 8월 내로 인수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