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머티리얼즈가 스페인 정부로부터 유례없는 파격 지원을 받고 유럽의 첫 전기차 배터리용 일렉포일(동박) 생산공장을 짓는다.
스페인 정부는 최대 400억원 자금 지원과 공장 부지보다 큰 태양광발전소 땅을 무상 제공하고 앞으로 10년간 반값 전기요금까지 보장한다. 인력난과 전기요금 등 제조원가 인상에 허덕이는 헝가리·폴란드 등 유럽 내 다른 배터리 제조 국가 환경보다 원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은 최근 일진머티리얼즈의 일렉포일 공장이 들어설 스페인 카탈루냐주와 몬로지시를 방문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총 5000억원을 투입, 2024년 하반기 연산 2만5000톤을 생산할 약 40만㎡(12만평) 규모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주와 몬로지시 세 개 기관이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 유치를 위해 유례없는 파격 지원을 했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시작으로 한국기업 위주의 전기차·배터리 제조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동유럽에 쏠린 한국기업의 생산 인프라와 비교해 시장 접근성과 인력 확보에 유리하고 안정적 기후환경에 따른 금속소재 생산 품질 향상도 기대된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500m 이내 약 50만㎡(15만평) 규모 태양광발전소 부지 무상 제공을 약속했다. 현지 법에 따라 발전소를 구축할 때, 국가 전력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h당 수십원의 송전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발전소와 수용가(공장) 간 직선거리가 500m 이하일 땐 이 같은 비용이 전부 면제된다. 결국 스페인 정부는 송전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장 초근접 거리에 땅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600억원을 투입, 태양광발전소(발전용량 60㎿p)를 구축할 예정으로 이 발전소를 통해 공장에 필요한 전기에너지 50%를 충당할 계획이다. 여기에 나머지 절반의 전기도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스페인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전기요금을 현지 절반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에너지의 절반은 재생에너지로, 나머지 절반은 반값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h당 전기요금이 200~300원 수준까지 치솟은 폴란드·헝가리 등의 전력 상황과는 크게 상반된다.
스페인 정부는 또 유럽연합(EU)으로부터 유치한 펀드(PERTE)와 자국 산업 진흥 펀드(Regional AID)을 통해 약 4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원액은 최종 심사 중이지만 동박 공장 전체 투자금에 5%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루제 토렌트 카탈루냐 주정부 장관은 “일진머티리얼즈 일렉포일 공장 유치를 위해 펀드자금과 전기요금 할인 등 유례없는 지원을 했고, 최근엔 빠른 인허가 행정절차를 위해 이전에 없었던 패스트트랙법까지 도입했다”며 “기업형 맞춤형 프로그램도 제공해 고학력의 숙련된 인력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앞으로도 필요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독일에 이어 유럽 내 2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벤츠·오펠·푸조·시트로엥이 각각 전기차 모델을 생산 중이며 최근 폭스바겐과 포드가 스페인 현지에 전기차 생산을 확정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