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왜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인가

[콘텐츠칼럼]왜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인가

국내 게임산업 비즈니스 모델이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에 매몰되어 이용자 갈등이 생긴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패키지 게임 구입 또는 다운로드 콘텐츠 형태가 많은데 비해 한·중·일 동아시아 시장은 부분유료화,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 비중이 높다. 왜 이런 현상이 일게 되었을까.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역사적 변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1970~1980년대에 미국에서 아케이드 게임으로 불리는 오락실 게임이 만들어지면서 동전을 넣고 게임하는 수익 모델이 생겨났다. PC 도입이 가속되면서 게임산업은 급성장해 패키지 게임이 많이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도입이 빨랐으나 지식재산권 인식은 낮아 불법 복제가 성행했다. 게임사는 불법 복제에 맞서기 위해 온라인게임을 월정액으로 서비스하거나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국내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은 '리니지' '바람의 나라'와 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집중됐다.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와 같은 2차 시장이 존재해서 운영이 가능한 측면이 강하다. 게임 사용자가 아이템을 획득하고 시장에서 판매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이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돈으로 일종의 자산인 희귀 아이템을 소유하고, 그렇게 얻은 아이템으로 게임 플레이 성과를 높이는 소비자 행동 패턴이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MMORPG를 스마트폰에서 하면서 수익 모델에 변형이 왔다. 결제가 간소화되고, 이용자 간 아이템 거래도 외부 거래소가 아닌 게임 내부에서 이뤄지게 됐다.

현재 모바일 확률형 아이템 수익 모델이란 것은 안착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이제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고 안정화하는 단계이다. 특정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화되면 과거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PC게임에서도 부분 유료화가 안정화되면서 월정액 비즈니스 모델도 사라졌다.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화되는 데까지 5~10년 정도 소요된다. 현재 모바일 상에서의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상황이 완전히 안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대안 비즈니스 모델 실험이 지속되고 있다. 월정액 구독 모델을 기반으로 출석형 비즈니스 모델이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특정 아이템을 구매하면 구매 즉시 일부 보상이 있고, 그다음에 상품이 정해 놓은 일자에 따라 제공하는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여전히 다수의 무과금 이용자가 존재하고, 사용자를 유료화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이 배제된 패키지 상품을 통해 과금하는 요소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에 들어 있다고 해서 전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게임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대체불가토큰(NFT)을 이용한 P2E(Play to Earn) 게임도 이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게임 아이템을 재판매하는 회색시장을 투명한 거래로 끌어내 게임회사들의 추가 매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NFT 형태로 게임 아이템이 개인 소유로 바뀌면 이용자가 획득한 아이템을 여러 다른 게임에서 쓸 수 있는 이른바 멀티호밍(Multi-homing) 게임 설계가 가능하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요하면서 게임에 투기적 양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P2E 게임에 대해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사행성과 환금성을 이유로 등급분류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즈니스 모델 진화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빨라서 모바일 확률형 아이템 단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에 대해 민간 중심 자율규제라는 발전된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모바일 확률형 아이템에서 더 발전된 수익 모델이 출현한 공산이 크다. 기술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에는 수익 모델 실험이 지속돼야 한다. 실험을 통한 학습이 사업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피하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실패들을 통해 빠르게 바른 방향을 찾아 가야 된다. 그와 동시에 확률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 이용자들과 공감대를 확보하는 방안 연구 지속이 필요하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smjeon@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