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헌 금융감독원장 취임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금융권에서 흘러나온다. 금융을 전혀 모르는 검찰 출신 인사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관치를 넘는 검치'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쥐고 있는 막강한 금융검사 권한 기조가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 강화 일색으로 흐를까 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원장 취임 이후 첫 행보는 국내 은행장 간담회였다. 기준금리와 물가상승이 지속하는 등 복합위기 양상이 커짐에 따라 은행권이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 달라는 주문이다. 지나친 예대금리 잇속을 줄이고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등 소비자 금리 부담을 줄여 달라는 것이다.
또 보수적인 미래 전망을 반영해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서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고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수출기업 등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 공급으로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예측 가능한 수준의 대안으로, 일반론 수준이다. 지금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주가는 연일 폭락하고 있고, 급변하는 금융 디지털 환경에서 대형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정비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금융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막강한 힘을 거머쥐고 있다. 하지만 그 힘은 소비자와 금융사가 맡긴 것이지 무소불위의 권한이 아니다.
그동안 금감원의 행태는 민간과 소통되지 않은 '독불장군' 행보 일색이었다. 이 때문에 금감원 폐지론도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이 원장이 금융 전문가가 아니어서 나오는 비판이 아니다. 오히려 민간과 호흡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책상에서 탁상행정을 논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금융 현장에 가서 호흡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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