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섬세하고 우아"…'헤어질 결심' 박찬욱 표 멜로

‘헤어질 결심’ 캐릭터 포스터. 사진=CJ ENM
‘헤어질 결심’ 캐릭터 포스터. 사진=CJ ENM

박찬욱 감독에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영화이자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이 ‘마침내’ 국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이자 유력한 용의자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박 감독이 말한 “100% 수사 영화이자 100% 멜로 영화”라는 균등한 무게감을 처음 드러나는 장면이다.

의욕만 가득한 후배 형사가 봐도 의심스러운 서래. 엘리트 형사 해준 역시 서래를 의심하고 잠복하지만 되려 개인적인 관심에 무게추가 기울게 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내 서래에게서 의심스러운 혐의점이 늘어가며 다시 균형을 맞춘다.

‘헤어질 결심’ 미장센 스틸. 사진=CJ ENM
‘헤어질 결심’ 미장센 스틸. 사진=CJ ENM

박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격정이랄까. 강렬하고 휘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를 하려면 자극적 요소는 다이얼을 좀 낮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감독이 그리고자 한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은 박찬욱 특유의 미쟝센에 담겨 관객에게 알 듯 말 듯 모호하게 전달된다. 서래의 집 벽지는 ‘지자요수인자요산’을 보여주듯 파도처럼도, 산처럼도 보인다. 여기에 파란색인지 녹색인지 모를 서래의 옷까지 더해져 관객에게 어지럽게 전달되기 때문에 영화를 씹고 뜯고 맛보고 싶은 관객에게 ‘N차 관람’을 불러일으킨다.

"부드럽고 섬세하고 우아"…'헤어질 결심' 박찬욱 표 멜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핵심 장치가 최첨단 기기인 점도 독특한 분위기를 보탠다. 해준과 서래는 데이트 장소로 고전적인 장소를 선택하지만 동시에 애플 워치와 에어팟으로 사랑을 전하고, 언어의 장벽을 실시간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뛰어넘는다.

관람 전 국내 관객이 느낄 수도 있는 ‘왜 중국 배우 탕웨이를 캐스팅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영화를 보면 모두 풀린다. 탕웨이는 “솔직히 말해서 한국어를 단 한마디도 못한다”며 모두 외워서 연기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그 억양이 있었기 때문에 ‘서래’라는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 서래가 던지는 “’마침내’ 죽을까 봐 걱정했어요”라는 독특한 대사 또한 서툰 발음과 어우러져 관객과 해준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불어넣는다.

‘헤어질 결심’은 유혈이 낭자하지 않아도 스릴러를, 자극적인 노출 없이도 농밀한 멜로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매운맛’ 보다는 시각적으로 ‘순한맛’으로 흘러가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듯한 ‘반전 아닌 반전’이 계속해서 관객을 채찍질한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임에도 ‘헤어질 결심’을 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밌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미쟝센에 파묻혀 영화의 본질적인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들이 있는 반면, 헤어질 결심은 재미라는 요소 하나만 보더라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극장을 통해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8분.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