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 운동선수가 해외 유명 리그에서 뛰는 것 자체가 신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박찬호의 기록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박지성이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입성했다는 자체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한국인의 활약에 글로벌이 주목한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힘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류라는 트렌드로 한국인과 한국 콘텐츠의 명성은 고공행진 일변도를 보인다. 손흥민, 방탄소년단(BTS), 박찬욱 등에 힘입어 문화 콘텐츠가 외국인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요즘 사람들이 국가별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순위에서 '한국산'을 살펴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일본 넷플릭스에서는 지난해 '오징어게임' '갯마을차차차' 등 한국 드라마가 상위권에 올랐다. 드라마 '겨울연가' 시절의 '1차 한류'가 떠오를 정도였다. 당시 한·일 관계가 냉각기였기에 더욱 주목되는 이슈였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양국 관계의 온도와 상관없이 한류를 즐겼다.
이런 기류는 '오징어게임' 이후에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여전히 일본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혹자는 이를 4세대 한류 붐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세대를 구분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류 지속성이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부가가치다. 꼭 특정 스타의 충성 팬이 아니어도 한국 콘텐츠에 익숙해진 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산 상품을 찾게 된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츄리닝'(트레이닝)을 각국 사람들이 사서 입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던 모습이 흔해졌다. 문화 산업 성장에는 유형 상품의 부가가치도 필연적으로 따른다. 이런 측면에서 지속 상승세인 한류 열기에 외국 기업들도 부러움을 표할 정도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1 한류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로 말미암은 총 수출액은 116억9600만달러(약 15조1404억원)에 이른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직접 소비하는 재화 수출이 전년 39억4400만달러(5조1062억원)에서 42억9200만달러(5조5568억원)로 19.2% 껑충 뛰었다. 새삼스럽지만 '한류=돈'이라는 명제가 다시 증명됐다.
같은 조사에서 한류의 해외 현지 인기도와 성장세를 반영하는 '한류현황지수'와 '한류심리지수'도 전년 대비 각각 4.9%, 6.2% 증가했다. 한류는 이제 소수 열성팬이 아니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부가가치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 채널 확장에 나서는 것은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한국 제품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졌다 해도 한국에서만 판매하면 관광객 상대 사업에만 머무르게 된다. 반면에 수많은 국가로의 동시다발적인 진출을 이뤄낸다면 로컬 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키워드가 결국 e커머스다. e커머스는 국경이 없다. 언어와 결제를 비롯해 알맞은 요소만 갖춰 놓으면 다양한 국가에서의 소비자들이 접속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해외에 큰 자금을 들여서 오프라인 거점을 세우지 않고도 요즘 대세인 '전자상거래 수출'이 가능해진다.
이미 우리나라의 다양한 기업들이 전자상거래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류 하면 떠오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만 봐도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이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마련해서 구즈를 비롯한 아티스트 관련 상품을 여러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온라인 쇼핑몰은 영어, 일본어 등 언어는 물론 알리페이와 페이팔 같은 해외 결제 서비스도 탑재했다. 예를 들어 미국 소비자라면 JYP엔터테인먼트의 영어 버전 쇼핑몰에 접속해 원하는 상품을 평소에 쓰던 페이팔로 결제하는 구조다.
나이키, 로레알, 언더아머 등도 이러한 방식으로 해외 매출을 늘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사 쇼핑몰로 글로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뜻하는 '글로벌 D2C(Direct To Consumer)' 서비스라고 지칭한다. 과거 유명 브랜드의 매장 분위기로 브랜드를 각인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D2C 쇼핑몰에서 그 브랜드를 느낀다.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진출의 필수이면서 충성 고객까지 늘릴 전진 기지가 D2C인 셈이다.
실제로 한류 바람을 타고 곤룡포나 승복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상품도 해외 소비자로부터 '힙'한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며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사례도 다수 나오고 있다.
BTS 정국과 뷔가 생활한복을 공항 패션으로 선보인 이후 해당 옷을 만든 생활한복·승복 브랜드 '지장사'가 해외 M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브랜드 매출은 평소보다 10배쯤 늘었고, 해외 소비자의 주문과 해외몰 오픈 요청이 물밀듯 들어 왔다. 이후 지장사는 영문 D2C 쇼핑몰을 구축해 해외 팬에게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임금이 입던 '곤룡포' 디자인을 항공점퍼로 재해석해서 선보이는 브랜드 '아시하'의 제품 또한 유명 연예인들이 입은 모습이 방송에 나오면서 해외에서도 주문이 다수 들어왔다. 이에 아시하는 영문몰을 오픈, 해외 소비자 맞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꾸준히 이어지는 한류 열풍은 이커머스 시장에도 불고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한국 기업은 얼마든지 글로벌 소비자를 공략, 성공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다. 해외 진출 인프라는 이미 전부 갖춰졌다. 기술적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한류 열기를 이어 갈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한국 기업이 다수 나와 글로벌 e커머스 시장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선태 카페24 글로벌비즈니스 총괄이사 stkim@cafe24corp.com
◇김선태 카페24 글로벌비즈니스 총괄이사는
김선태 카페24 글로벌비즈니스 총괄이사는 후이즈 솔루션사업부장, 다우기술 스마트워크사업팀장을 역임하며 20여년 동안 고객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 서비스 개발을 경험했다. 현재는 카페24에서 전자상거래 한류를 이끄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세계 사업자면 누구든지 카페24를 통해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