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인이자 2021년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기금 마련을 위해 경매에 내놓은 노벨 평화상 메달이 1억 350만 달러(약 1341억원)에 낙찰됐다고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경매를 주관한 헤리티지 옥션의 대변인은 무라토프의 메달이 노벨상 메달 사상 최고 가격에 낙찰됐다고 전했다. 구매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낙찰가를 환산하면 1억 스위스 프랑이라며 해외에서 낙찰 받았음을 암시했다.
국제 어린이날(6월 1일) 시작된 이번 경매는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 끝났다. 무라토프는 경매가 끝난 후 “(우크라 난민을 돕기 위한) 연대가 있기를 소망했지만, 이렇게 큰 액수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매 시작 전부터 무라토프는 우크라 난민을 위해 최소 5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헤리티지 옥션 또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무라토프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1939년 소련의 침공으로 피해를 입은 핀란드 민간인 구호를 위해 자신의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부친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노벨상 수상 메달의 종전 최고 낙찰 기록은 1962년 DNA 구조의 공동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의 메달이 2014년 기록한 476만 달러(약 61억7000만원)였다. 또한 무라토프 직전에 판매된 노벨상 메달은 왓슨과 공동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의 메달로 227만 달러(약 29억 4000만원)에 낙찰됐다.
무라토프의 노벨상 메달은 18K 금을 24K 순금으로 도금해 무게 175g, 지름 66mm로 제작됐으며, 금 자체는 약 1만 달러의 가치를 가진다. 과거에는 순금에 가까운 23K, 225g으로 제작됐으나 1980년 이후부터는 무게와 재질이 바뀌었다. 1980년 이래로 매년 크기와 재질은 일정하지만 금값에 따라 미세하게 무게와 두께가 조정된다.
한편, 지난해 10월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무라토프는 얼마 남지 않은 러시아의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창간을 도운 인물이다. 그는 노바야 가제타가 폐간될 당시까지 편집장을 맡으며 꾸준히 푸틴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4월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보도를 냈다는 이유로 기차에서 붉은 페인트로 공격받기도 했다. 당시 무라토프는 “열차 안에서 아세톤을 넣은 유화 물감으로 테러를 당했다”며 “그들(테러범)은 내게 ‘무라토프 이것은 우리 소년들이 당신에게 보내는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