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5세대(5G) 이동통신 단말 격전지로 부상했다. 이동통신 3사가 각자 저렴한 가격대의 전용 모델을 선보이고, 국내 활동이 뜸하던 외산 브랜드도 잇달아 신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가 5G 중간요금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합리적 가격대의 보급형 스마트폰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 갤럭시A13 5G를 기반으로 리브랜딩한 '갤럭시와이드6'를 내달 출시한다. 이보다 앞서 KT는 지난 4월 '갤럭시점프2', LG유플러스는 이달 갤럭시점프2를 각각 전용 모델로 선보였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3월 '갤럭시A 이벤트 2022'를 통해 발표한 갤럭시A33 5G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과 인도 등 해외시장에서 먼저 판매돼 상품성을 검증한 모델로, 국립전파연구원 적합성평가 인증 등 국내 유통을 위한 제반 절차를 마쳤다.
이통사와 삼성전자가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 보강에 속도를 내는 것은 새정부 출범 이후 급물살을 탄 5G 중간요금제 도입 논의를 감안한 행보다. 기존 고가 5G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 사이에 새로운 요금 구간 등장이 가시화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단말 공급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해외에서는 가격대비성능비율(가성비)이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중저가 보급형 모델이 한발 앞서 시장 주류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시장에선 유독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물가 상승 등을 겪으며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중국 샤오미와 모토로라 등 외산 브랜드 역시 중저가 영역에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점유율 확대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이통사 유통망 진입에 오랜 기간 난항을 겪어 왔으나 5G 중간 요금제 등장이라는 새로운 변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원플러스 공동창업자 출신이 영국에 설립한 스타트업 나싱(Nothing) 역시 내달 첫 스마트폰을 공식 발표하고, 국내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기기 내부 구조가 보이는 투명 케이스를 적용,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MZ세대를 겨냥했다.
보급형 5G 스마트폰 경쟁 활성화는 중간 요금제 출시와 맞물려 국내 5G 가입자 확산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선택지 확대로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완화돼 사회 전반에 걸쳐 가계통신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제품별 차별화 서비스나 특화 기능의 제공 여부다. 성능 자체는 대동소이한 만큼 다양한 선택지에 걸맞은 독자적 상품성 확보가 요구된다. 외산폰은 사후지원(AS) 인프라 확보가 필수다. 이통사 관계자는 “LG전자 철수 이후 별다른 선택지가 없던 보급형폰 시장에 최근 다양한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