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죽은 사람들을 봐요. 제 비밀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실거죠?”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는 자신에게 총을 쏜 환자와 비슷한 증세를 가진 8살 콜 시어 심리 상담을 맡는다. 앞서 말콤은 뛰어난 의사라는 칭송과 함께 상을 받고 부인 안나와 자축하던 밤 오래전 치료를 받던 환자가 찾아와 본인에게 총을 쏜 후 자살하는 광경을 목도했다.
콜의 신뢰를 얻게 된 뒤 말콤은 비로소 콜이 죽은 자들이 그에게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말콤 또한 아내가 자기와 말도 하려 하지 않으려는 개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콜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간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영화 '식스센스' 속 이야기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다섯 가지 감각 외에도 인간은 여섯 번째 감각인 '식스 센스' 초자연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실제 과학계에서는 우리 뇌가 자신의 몸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감각인 '자기 수용 감각(proprioception)'을 바로 여섯 번째 감각이라고 본다. 경찰이 음주 여부 확인을 위해 손가락으로 코끝을 만지라고 하는 것도 자기수용감각을 실험하는 방법이다.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원들이 여섯 번째 감각과 관련해 관절 질환과 척추측만증 등 선천적 유전병을 앓는 어린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게재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선천적 유전병으로 자기 수용 감각에 대한 인식이 없는 11세와 19세 두 여성 환자는 각종 움직임과 균형 검사에서 눈을 가리고 걷거나 물체를 잡는 것을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 결과 두 환자는 모두 'PIEZO2'라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PIEZO2는 피부에 닿는 힘을 감지하는 감각, 즉 인간의 촉각과 자기 수용 감각을 느끼기 위한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다. 이번 연구로 PIEZO2가 신경학적 장애뿐만 아니라 유전적 근골격계 질환과도 관련이 있으며 촉각과 고유 지각이 골격 발달에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 주요 저자인 알렉산더 체슬러는 “환자의 PIEZO2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신경세포가 촉각이나 사지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통증, 가려움증, 온도 등은 정상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뇌와 인지 능력 등 신경계를 제외한 다른 부분 역시 정상 범위 내에서 작동했다. 실험에 참여한 또 다른 연구원은 “이 실험으로 신경계를 치료할 몇 가지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오감의 영역에서 벗어난 인간의 감각을 바탕으로 역대 최고 반전이라고 극찬을 받는 영화 '식스 센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