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이제 과거와 달리 기존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과거 언어와 방식으로는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자성과 더불어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혁명에 이어 이제는 디지털 세계와 얽혀진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혁명 및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인간사회에서 기술 혁명은 1915년 미국에 있던 2200만 마리의 말이 자동차로 대체되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처럼 주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기술 사용을 통해 인간의 사고(Thinking)에서부터 행동, 새로운 삶의 방식까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한 예로 2000년대 초반에 택시·은행·마트·학교가 각각 교통·금융·제조·교육의 핵심 키워드였다면 이제는 우버·토스·아마존·유튜브로 바뀌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상상의 공간을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우리의 생각과 물리적 육체, 생활 방식 전반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세계를 통해 확장된 초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까지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015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처음으로 생물학적 기반이 아닌 새로운 인류라는 개념으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를 언급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인 뇌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새로운 인류'라는 의미로 사용한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인류 삶에 변화를 주도한 디지털전환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는 디지털전환이 단순히 기술적 혁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즉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변화하는 우리(사용자)의 진화 방식이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일명 Z세대는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최초 세대다. 이들은 스마트폰(기술)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하고, 쉽고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며 새로운 생활 방식을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35만년 이상을 살아온 '지혜 있는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2007년 아이폰 탄생 이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포노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새롭게 재편된 세상에서 살아가고 앞으로도 살아갈 신인류는 '메타 사피엔스'(Meta Sapiens)라고 할 수 있다. '세계미래보고서 2022'는 메타버스라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새로운 세계를 살아갈 현인류(Sapiens)라는 상징적 개념을 메타 사피엔스로 표현했다. 초기의 기술적 사용자를 넘어 일반 대중이 메타버스를 삶의 필수적인 일부분으로 사용하며 새로운 생활 방식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인류로 요즘 세대를 정의했다.
메타 사피엔스는 이미 많은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로블록스에는 2억명의 활성 사용자가 있다.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무려 5040만명, 그들이 활동한 시간은 약 36억시간에 달한다(2022년 5월 기준). 로블록스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인 크레이그 도나토는 “메타버스를 만드는 것은 사용자이며, 우리는 단순히 그들이 사용할 인프라를 만드는 것 뿐”이라고 했다. 즉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경험과 장소, 장비, 아바타 등 현실 세계에서 구매할 수 있을 만한 메타버스의 모든 것은 모두 사용자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로블록스는 '인간의 공동경험(Human Co-Experience)'을 더 나은 형태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메타버스 사용자와 경험에 대한 이해와 개념은 인간 중심적인 접근 방식이자 문제 재정의 및 프로토타입, 테스트라는 비선형 반복 프로세스를 통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디자인 싱킹과 유사하다. 201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디자인 싱킹이 효과적인 이유'라는 내용을 통해 디자인 싱킹을 사용자 경험에 대한 몰입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깊은 통찰력으로 변환해서 더 나은 결과로 만들어 내는 '소셜 테크놀로지'로 소개했다. 이는 디자인 싱킹이 특히 디지털과 더불어 최근 왜 혁신을 끌어내는 새로운 방식으로 각광받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디지털로 '연결된 우리(인류)'와 우리 주변을 둘러싼 현실 및 가상의 융합된 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와의 관계 속에서 메타 사피엔스로서 오늘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인간으로서(인간 중심적으로) 더 나은 새로운 우리(메타 사피엔스)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디자인 싱킹을 해보자.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