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국내 오토바이 시장을 싹쓸이했다. 지난해 팔린 오토바이 3대 중 1대가 혼다 제품이다. 혼다코리아는 100% 일본 자본으로 설립한 수입차 판매법인이다. 코로나19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달서비스 시장 덕에 급성장한 오토바이 수요를 사실상 혼다가 독식했다. 국내 오토바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수입산의 시장 과점 우려가 제기됐다.
혼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혼다의 작년 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영업이익은 338억원으로 전년 회계연도(202억원) 대비 67.4% 증가했다. 매출은 3887억원으로 34.3%(994억원) 늘었다. 작년 대다수 수입차 판매법인의 차량 판매 대수가 감소한 가운데 혼다코리아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오토바이 사업 덕을 봤다. 혼다는 2019년 일본 불매 운동 여파 이후 자동차 사업의 몸집을 줄이는 대신 오토바이에 집중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오토바이 신규 등록 대수는 15만2623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도별 오토바이 판매량은 2019년 11만1698대, 2020년 14만3038대, 2021년 15만2623대로 급증했다. 배달 수요가 크게 늘면서 오토바이 판매량도 치솟았다.
작년 오토바이 전체 판매량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혼다가 차지했다. 혼다의 국내 오토바이 판매량은 2019년 3만대(3만790대)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 27.5%였다. 이어 2020년 31.9%로 4만대(4만5720대)를 돌파했다. 작년에는 36.2%로 사상 첫 5만대(5만5273대) 고지를 넘었다.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오토바이 5만대 이상을 판매한 수입 브랜드는 혼다가 처음이다.
혼다 오토바이가 인기를 끈 것은 주력 스쿠터 'PCX'가 배달 라이더로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PCX는 ℓ당 40㎞ 수준 연비에 400만원 전후 가격을 바탕으로 수년째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보다 앞서 혼다는 일본 불매 운동을 계기로 자동차는 힘을 뺐다. 한때 연간 1만대를 넘었던 혼다의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2019년 8760대에서 2020년 3056대로 65.1% 감소했다. 작년에도 4355대에 그쳤다. 자동차 신차 출시와 마케팅 활동은 위축됐다.
오토바이 시장은 수입 브랜드가 시장을 과점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작년 국내 오토바이 시장에서 혼다와 야마하를 비롯한 주요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44.6%에 달했다. 국내 2위 업체 디앤에이모터스(옛 대림오토바이) 등 국산 브랜드 점유율은 21.5%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오토바이 시장은 배달 수요와 맞물려 수년째 성장했으나, 수입 브랜드가 수혜를 가져가며 국산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향후 수년 내 오토바이 산업 자체를 수입 브랜드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