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부장 독립, 아직 멀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가한 지 30일로 3년이 된다.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2019년 7월 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일본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보복 조치였다. 한국 경제 핵심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위협,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정부는 부당한 규제라 판단하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업계도 정치적 이유로 생산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태에 국산화를 포함한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일본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의 불화수소를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램테크놀로지 등이 대체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보호 필름용으로 사용되던 불화폴리이미드는 유리로 대체됐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기술장벽이 높아 여전히 TOK, JSR, 신에츠 등 일본이 독점하고 있지만 동진쎄미켐 등이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수출 규제는 역설적으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공급망 강화의 필요성을 일깨우며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급감했던 불화수소 수입액은 서서히 늘어나고 있으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반에 불었던 국산화 바람은 다시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긴 호흡이 필요한 소재 연구 과제가 정권 교체 후 줄어들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수출 규제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처럼 우리 숙제도 해결된 것이 아니다. 의존도가 100%인 소부장이 여전히 많다. 게다가 첨단 산업을 국가안보의 자산으로 삼아 새로운 판을 짜려는 움직임이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이 더 복잡해진 상황에서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면서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모습.(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