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위험이 없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가 처음 상용화됐다. VIB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든 전기차 충전시설도 서울 강남에 들어섰다. 도심에서 고출력의 전기에너지를 ESS로 안전하게 공급하는 시대가 열렸다. 스탠다드에너지는 30일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에서 VIB ESS 연계 전기차 충전소 'Charger 5' 오픈 행사를 개최했다. Charger 5는 전기차 충전속도를 분당 최대 5㎾h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최초로 VIB를 개발했다. VIB는 물 기반 수계 전해액을 활용한다. 유기 성분 기반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화재 위험이 없다. 에너지 효율은 97%에 달하며, 충·방전 횟수는 8000번 이상 가능하다. VIB는 ESS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배터리도 이동에 특화된 모바일 배터리와 대용량 저장이 가능한 스테이션 배터리로 용도를 구분해야 한다”면서 “VIB는 스테이션 배터리에 특화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11월 VIB ESS 연계 전기차 충전 시설 설치 실증특례(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스탠다드에너지 2대 주주로서 VIB 소재를 공급한다.
전기차 충전소는 계통 전력과 VIB ESS 전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형태다. 심야의 값싼 전기를 VIB에 저장했다가 전력사용량이 많은 피크 시간대 전기차 충전용으로 활용한다. 충전 출력은 최대 200㎾로, 기존 급속 충전시설(50㎾급)보다 4배 높다. 아이오닉5(72㎾h급) 기준 완전 충전까지 약 22분이 소요된다. 충전 중에도 VIB 온도는 25도 안팎을 유지한다. 김 대표는 “고출력 전기를 확보하기 어려운 도심에서 기존 전력망과 ESS를 연동해 전기차를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 50% 달성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는 “전기차 충전소뿐만 아니라 산업용, 발전용, 가정용 등 전력망 고도화에 ESS 도입은 필수”라면서 “화재로부터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VIB로 승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2년 안에 연 1GWh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롯데케미칼과 함께 ESS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최근 E1, 한국조선해양과 VIB를 활용한 충전시설 및 친환경선박 개발 협약도 체결했다. 행사에는 태영호 국회의원(국민의힘)과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대표가 참석했다. 태 의원은 “에너지 격변 시대에 스탠다드에너지가 VIB를 바탕으로 세계를 주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