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소비 행태는 연령층뿐만 아니라 지역, 주거환경,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환경적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내와 미국을 비교해 보면 여러 차이점 중에 특히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유료방송 수신료 차이다. 국내 유료방송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저가로 형성돼 있는 반면에 미국은 소위 '코드커팅'이나 '코드셰이빙'이 일어날 정도로 고가다. 현재 미국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세를 이루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 Xbox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게임기기 활용이다. 국내에서는 게임기기로 OTT를 사용하는 세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조차도 게임기에 국한해 활용하지만 미국에서는 고화질 게임기기를 넘어 성능 좋은 셋톱박스 역할도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TV가 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TV로 불리지만 대부분 화질 좋은 TV수상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커넥티드TV'라고 부르며 기존 유료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연결로 OTT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 애그리게이터'로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기기, 이로 인한 복잡한 설치 과정, 기존 방송과 OTT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인해 복잡해지는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소비자는 집 안에서 단 하나의 기기로 간단하게 연결, 쉽고 편하게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기를 원한다.
스마트TV는 다양한 포맷 콘텐츠를 수용할 뿐만 아니라 시청 이력을 포함해 소비자의 가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 스마트TV는 자동으로 콘텐츠를 인식하는 기능(Automatic Content Recognition)이 있어서 미디어소비 행태를 비롯, 타깃 광고와 시청률 측정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스마트TV는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유용함을 제공하며 제조사에는 홈게이트웨이 역할로 홈엔터테인먼트·홈시큐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소비자가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록 인 하는 효과를 낳게 한다. 이런 효과로 기존 가전 제조사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컴캐스트가 스마트TV 플랫폼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삼성과 LG 스마트TV의 최근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얼마전 삼성은 자사의 삼성 TV 플러스에 새 스트리밍 채널을 추가, 삼성 스마트TV뿐만 아니라 갤럭시 모바일 폰에 20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는 23개국 2억3000대 기기에서 가능하다고 한다.
LG도 지난해 말 미국 방송사와의 파트너십으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NCAA 챔피언십 스트리밍 채널을 독점으로 LG 스마트TV에 론칭, 라이브채널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했다. 라이브 경기를 대형 스크린에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LG 스마트TV는 지속적으로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채널을 추가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에서는 350개 이상의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쇼트폼 비디오 앱 틱톡은 지난해 삼성·LG 스마트TV 등에 입점한 이래 올해는 Vizio 스마트TV 안으로 들어왔다. 거의 모든 스마트TV에서 틱톡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미디어 산업에 대한 전문가 토의를 하면서 가끔 받는 질문이 있다. 왜 삼성과 LG는 국내와 다르게 해외에서 자사 스마트TV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방송시장과 시청행태 차이점 등으로 국내에서는 스마트TV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홈게이트웨이 역할이 지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스마트TV는 커넥티드TV로 빅뱅 가운데 있는 미디어 산업의 경쟁 환경을 한층 더 복잡한 방정식으로 풀어낼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