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KDDI, 대규모 통신장애...“2008년 이래 최대 규모”

일본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KDDI의 통신 회선에서 50여시간에 육박하는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최대 3900만 회선의 가입자가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 물류, 금융, 제조 등 산업 현장에도 피해가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KDDI가 지난 2일 자사 회선에서 발생한 통신장애의 전면 복구 선언을 4일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복구 작업 자체는 3일 종료했지만 연결 제한 사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통 불안정 상태가 약 50시간 지속되면서 지난해 10월 29시간 동안 발생한 NTT 도코모의 통신장애 사태를 크게 웃돌게 됐다.

이번 사태에 따라 최대 3915만 회선의 피해가 예상된다. 기상 데이터 수신이나 현금자동입출금(ATM) 등 사용자의 생활·경제 부문에 큰 불편을 촉발했다. 닛케이는 통신 대기업에서 발생한 통신장애 가운데 2008년 이래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KDDI는 정기 보수·관리 일정에서 통신설비 교체 단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통신 장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복구 작업을 위해 통신망 접속량을 평상시 50% 수준으로 줄인 것도 사태를 키웠다. 이번 사태에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은 대부분 개인·법인용 스마트폰 회선이다. 통신망으로 이어진 사물인터넷(IoT)용 회선도 150만개에 달했다.

<EPA=연합>
<EPA=연합>

KDDI 회선을 이용하는 일본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물류 대기업 야마토에서는 고객에게 발송된 택배의 배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에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이나 편의점 등에 설치된 무인 택배함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일본우편에서도 택배 배달이 하루 정도 지연됐다. 철도화물 물류를 관리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KDDI 통신장애 사태가 최근 속도를 더한 자국의 디지털전환(DX)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총무성은 자국의 전기통신사업법 상 '중대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행정지도를 검토 중이다. 해당 법은 긴급구조·신고 회선을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를 대상으로 3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1시간 이상 통신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을 '중대한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