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이 슈퍼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슈퍼앱은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하나의 앱 만으로도 쇼핑·송금·예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앱이 쏟아지면서 소비자의 피로도가 누적된 점을 겨냥한 슈퍼앱 전략이 성공한다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배민스토어를 열고 화장품, 꽃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의류, 편의점 상품도 입점시켰다. 신선식품군을 판매하던 마켓컬리는 여행·여가 상품으로 상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를 시작하며 대형 프랜차이즈 광고까지 시작했고, 당근 페이를 선보이며 앱 내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을 구축했다. 플랫폼이 슈퍼앱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이유는 수익성 개선 활로가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 기준 2조88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7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마켓컬리는 지난해 영업적자가 2177억원에 달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3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적자폭이 약 3배 늘어난 수준이다. 슈퍼앱 전략은 달콤한 유혹이다. 어디서든 수요가 존재하는 상품을 플랫폼에 끌어와서 판다면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초창기 대중이 응원하던 번득이는 아이디어나 감동적인 철학이 없다. 가심비, 미닝아웃 등 조금 비싸더라도 상품과 플랫폼의 철학에 지갑을 열었던 MZ세대는 슈퍼앱 전략에 열광하지 않는다. 다른 영역을 침범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해 보겠다는 계산으로밖에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정체성을 뒷받침할 만한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다수 플랫폼은 초창기에 새로운 기술로 편의와 효율을 높이며 인기를 끌었다. 배민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식당 점주에게 상권 분석 및 고객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식당 점주가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서 주문을 더 받는다면 배민도 수수료 측면에서 윈윈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 플랫폼이라는 특성에 맞게 AI를 활용해 안전 거래를 돕고, 마켓컬리는 과일 당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이용자가 열광하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매출은 현재 가치지만 기술은 미래 가치다. 빅테크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힘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슈퍼앱을 표방하며 여러 사업에 발을 담그면 정체성마저 잃을 수 있다. 누구든 따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든지 더 큰 자본이 나타나면 대체가 가능하다. 창립 초기에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플랫폼을 부흥시켰다면 이후에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이용자 관심이 이어진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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