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대통령의 착각

윤석열 대통령이 착각한다. 상대를 출입기자로 곡해한다. 기분 좋은 농담도, 짜증 섞인 표정도 기자에게 내보이는 것으로 여긴다. 대통령실이 자랑하는 '도어스테핑'(약식기자회견) 이야기다. 윤 대통령은 2개월 전 취임 때부터 아침 출근길에 출입기자를 만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결정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회담장에 참석하면서도 도어스테핑을 했다. △중국 반발 △한·미·일 정상회담 △정치 입문 1년 소회 등을 내외신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무리 없이 소화했다. 대통령실은 2개월 동안의 '트레이닝' 결과가 좋게 나타났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 정상보다 잘 해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을까. 지지율이 떨어지고 인사 문제와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발목이 잡히며 도어스테핑에서 불편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윤 대통령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 검토를 밝힌 것에 대해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은 명백한 착오다. 그러나 내각 인사 문제에 대해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짜증 섞인 말투와 표정도 내보였다. '언론과 야당의 공격'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주체가 기자라고 착각한다. 대상은 국민이다. 국민에게 '국민의 지지율은 중요치 않다'는 답을 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비판과 지적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정부 정책에 문제가 생길수록 매일 아침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관망경]대통령의 착각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