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은 좀 어때?”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 휩싸인 채 우주 한복판을 지나 어딘가로 끌려가는 주인공 '관하(하예린 분)'에게 낯선 목소리가 말을 건다.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존재는 다른 행성에서 접속한 국제연합우주사령부(UNSC) 본부 요원이다.
UNSC는 외계 종족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체로 외계 종족 침략으로 몰살된 행성에서 생존자인 관하를 이용해 인류의 마음을 얻고 세력을 규합하려 한다. 독립을 꿈꿨던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과 파란빛이 도는 홀로그램 연합군 요원은 우주 한복판에서 서로의 목적과 신념을 앞세워 이야기를 나눈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헤일로' 속 이야기다. 행성과 우주선 사이에서 홀로그램을 활용해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2552년 배경의 드라마는 우주를 뛰어넘어 영상회의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통신기술 발전과 홀로그램'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온다.
홀로그램은 2개 레이저광이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입체 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기술인 홀로그래피로 만들어지는 입체영상을 의미한다. 홀로그래피는 빛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파동의 특성, 즉 세기와 위상 정보를 동시에 기록하는 기술이다.
빛의 세기 정보만 전달하는 TV나 빔 프로젝터와 달리 홀로그램은 3차원 공간에서도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홀로그램은 주로 공상과학(SF) 영화에서는 파란색으로 빛나는 사람 등으로 표현되며 오프라인 회의에 참여해 다른 참석자와 실제 만나는 것처럼 자유롭게 대화하고 농담을 나누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홀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는 1949년 빛의 파동간섭 현상을 활용해 둘 이상 빛을 교차, 허공에 영상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현실화가 쉽지는 않아 수십 년 동안 현실세계에서 진척을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2020년 이후부터 기술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로 하이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홀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파란색 일변도 홀로그램에서 벗어나서 색감을 현실 그대로 구현하는 식으로 연구가 진행, 영화보다 더 현실적인 홀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시간이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홀로그램 기술은 가상현실(VR)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홀로그램 구현 기술로는 메타물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사람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나노 구조 크기와 형태를 바꾸면서 빛의 세기와 위상을 조절할 수 있다.
영상회의부터 현미경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접목될 수 있다. 어쩌면 우주를 뛰어넘는 소통이 가능한 '헤일로' 세계관보다 다양하고 신비로운 기술이 현실 세계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파라마운트+ SF 대작 '헤일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