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도 월풀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우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프리미엄 가전 판매 호조 속에 신(新)가전까지 합세하며 월풀과 매출 격차를 3조원 넘게 벌릴 것으로 보인다. 강점으로 꼽혔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은 월풀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숙제로 남았다.
국내외 증권가는 올해 2분기 LG전자 생활가전 부문 H&A사업본부와 월풀이 각각 7조8000억원, 6조7000억원(53억1800만달러)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H&A사업본부는 15조7700억원, 월풀은 12조6300억원 매출을 각각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한다.
전통적으로 4분기에 강한 월풀 역량을 고려하면 하반기는 치열한 접전이 점쳐진다. 증권가는 하반기 매출은 월풀 14조9400억원, LG전자 14조4000억원으로 월풀 우세를 점친다. 다만 상반기에 LG전자가 3조원 이상 넉넉하게 격차를 벌린 덕분에 연간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G전자가 생활가전 매출 1위 타이틀을 수성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증권가는 올해 LG전자 H&A사업본부가 사상 첫 매출 30조원을 돌파,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LG전자 H&A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27조1097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연간 기준으로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의 2년 연속 글로벌 생활가전 왕좌 수성이 유력하지만 수익 경쟁에서는 고전이 우려된다. 과거에는 매출은 월풀이, 영입이익은 LG전자가 앞섰지만 상황이 바뀐 셈이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2017년 이후 4년 만에 월풀에 영업이익을 추월당했다. 올해 1분기에도 월풀보다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뒤처졌다. 2분기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전체로는 월풀이 1조4600억원, LG전자가 8500억원을 기록해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연간으로도 월풀이 1조원 이상 앞서 2년 연속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에서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와 월풀의 매출·영업이익 역전 현상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가전 전 부문에서 수요가 폭발하면서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가 풍부한 LG전자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반면에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물류 비용 증가는 독이 됐다. 북미와 유럽에 영업은 물론 생산기지가 집중된 월풀과 달리 LG전자는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가 분포됐다. 영업권도 더 넓다. 제품 라인업도 월풀보다 다양해 공급망 붕괴에 따른 수익성 타격을 크게 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주요 시장 가전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의 견조한 성과에 힘입어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 물류비 상승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다소 감소했으나 최적화된 오퍼레이션 등 대외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