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2분기 역대급 매출을 달성했지만 '불안한 선방'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못 미치는 성적표인 데다 거시경제 압박, 수요 둔화 등으로 하반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공급망 관리, 프리미엄 제품 판매 강화 등 수요 둔화에 따른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반도체 선방했지만 세트 부문 '먹구름'
삼성전자가 기록한 2분기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은 대외 악재 속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반도체(DS) 부문이 2분기 1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DS부문 역대 2분기 최대 영업이익(11조61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PC, 모바일용 수요가 약화했지만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서버용 수요가 뒷받침됐다.
모바일과 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문은 매출 28조원대, 영업이익 2조6000억원대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 줄어든 규모다.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32% 각각 감소했다.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가전, TV를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은 2분기 매출 13조4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대가 유력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소폭 증가한 데 반해 영업이익은 4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인 TV만 하더라도 2분기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8% 감소한 900만대 수준에 머무르는 등 수요 둔화와 러시아 사태 장기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G, TV는 주춤…전장사업 첫 흑자 유력
LG전자도 2분기 매출 19조472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2분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증권사 전망치와 비교해 매출, 영업이익 모두 하락하며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에도 H&A사업본부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6% 성장한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오브제컬렉션을 필두로 한 프리미엄 가전 판매 호조와 신가전 인기가 지속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TV 부문인 HE사업본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다소 하락, 3조8000억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TV 수요가 급격히 하락한 데다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전장 부문인 VS사업본부는 사업 시작 9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VS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8조원에 달하는 수주 잔액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BS사업본부는 노트북 등 IT 기기 수요 둔화에도 사이니지와 기업용 솔루션 수요가 늘면서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약 2조원의 매출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2월 태양광 패널 사업 중단에 따른 중단영업손익이 반영,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수요 감소·수익성 둔화 '이중고' 해소 관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분기 역대급 매출을 달성했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주력 시장에서 수요둔화와 소비심리 하락, 거시경제 압박, 러시아 사태 장기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과 관련해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평균 3~8%,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PC와 모바일D램,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이 큰 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계를 이끄는 D램과 낸드플래시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리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실적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TV 역시 수요 둔화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2억7200만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달 10일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흥행 여부가 실적 회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올해 가전 부문인 H&A사업본부가 역대 최대인 약 30조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VS사업본부 흑자 전환, 사상 첫 연매출 7조원이 유력한 BS사업본부 선방 등으로 매출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심리 하락과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러시아 사태 장기화 등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