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공급망 위기, 악재 넘어 기회로

김태현 아이티로그인 대표
김태현 아이티로그인 대표

전 세계가 공급망 위기라는 악재의 영향력 안에서 긴 시간 동안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이는 IT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국제적인 공통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0년 코로나19 창궐 이후 팬데믹으로 노동 인력의 발이 묶이고,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각국의 생산력은 한순간 얼어붙었다. 설상가상으로 보수적인 수요 예측과 연쇄적으로 운송 부문의 인력난까지 가중돼 물류마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신속한 백신 개발로 예상보다 빠르게 경제가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모든 상황은 급변했다.

팬데믹 발생 후 국가들은 저마다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에 집중했다. 사람과 사람의 접점을 줄이면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기존에 소외된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네트워크 기반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을 구현해 물리적인 공간을 배제한 채 기존 환경과 유사한 이질감 없는 체계 구축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IT 부문, 특히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프라가 핵심 기능으로 활용되면서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제품을 적절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급망 위기는 여러 문제로 유발됐지만 천재지변에 가까운 현재 시점에서 원인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 삼아 더 신속하게 미래 지향적인 견고한 매뉴얼 구축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

정부와 민간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수행한다면 분명 앞으로 발생될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니터링이다. 정부는 글로벌 기관과 공조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사 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거시적 관점의 메뉴얼 구축이 필요하다. 기업은 국내외 협력업체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민간 차원에서의 이상 징후 탐지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추출된 정보는 수직·수평적 소통으로 민·관이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신 동향 숙지에 적극 나선다면 물샐 틈 없는 효과적 대응체계 구축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위기 극복은 과거 사례를 통해 현재를 돌아볼 때 진정한 의미에서 완성될 수 있다. IMF,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우리 역사에서 비즈니스 지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분석해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은 고객의 제품 수명 주기를 리스트업 해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고객에게 공급망 관련 문제 가능성을 상세하게 설명해서 선제적으로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을 독려할 필요성도 있다. 이와 함께 유사시 대체 가능한 솔루션을 그루핑해서 갑작스러운 공급망 붕괴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벤치마크할 수 있는 글로벌 대응 사례를 기업과 함께 연구해 더 촘촘한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산업 전체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력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지·보수도 관점에 따라 기술력이 당락을 결정하는 부문이다. 고객의 장비가, 솔루션이 뜻하지 않은 공급망 붕괴에도 안정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고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일일 것이다. 새로운 솔루션과 첨단 제품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지만 유사시를 대비해 최대한 사용 기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고객에게도, 솔루션 공급업체에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기술력을 통해 유휴자원을 활용하는 다차원적인 백업 솔루션 구축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는 팬데믹 외에도 미-중 패권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공급망 문제에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의 중심에 서 있다. 자원이 부족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국가와의 협업이 중요한 우리에게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새로운 숙제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도전과제다. 모두가 힘을 모아 공급망 위기라는 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앞으로의 역사에 '악재'라는 단어보다 '기회'라는 명사로 기록될 것이다.

김태현 아이티로그인 대표 thkim@itlog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