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 갔다. 고마진 패션 카테고리 판매가 늘며 외형뿐만 아니라 수익도 개선됐다. 다만 하반기에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성장세 둔화로 업체별 실적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가 공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총 매출액은 2조442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5.6% 신장했다. 별도법인인 대구신세계를 포함하면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신장률 24.1%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 갔다.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상반기에 큰 폭의 외형 성장이 전망된다. 점포별 합산 집계한 자체 실적에 따르면 상반기 롯데백화점 점포 매출은 11.2%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서도 백화점 3사 모두 2분기에 매출뿐만 아니라 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점 성장과 더불어 코로나19 기간에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인 명품·리빙 외에도 그동안 부진세를 보인 패션·스포츠 부문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마진율이 높은 남성·여성패션 카테고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의류 수요가 확대된 덕분이다. 저마진의 명품 카테고리 대비 고마진 패션 카테고리가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기는 데 성공했다.
하반기 소비심리 향방을 가늠할 여름 세일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행사 기간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9일까지 롯데백화점은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2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23%, 17%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번 세일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정기세일로 관심을 모았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고물가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역기저 영향도 있지만 고물가 지속으로 필수 소비재 부담이 커지면서 사치재 소비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재개로 소비 지출이 분산되는 점도 백화점 성장 둔화 우려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도 변수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실적 기저를 고려할 때 백화점 산업 성장률 자체는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할 공산이 높다”면서 “다만 역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하반기에도 10% 수준의 산업 성장률을 이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하반기 이후에는 고객 집객력과 온라인 대응력에 따라 동업종 내에서도 업체간 실적 차별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신평은 상반기 유통산업 평가보고서를 통해 “백화점의 경우 명품 수요를 바탕으로 한 실적 회복세가 고급화, 대형화 매장 위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재유행 여부와 소비심리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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