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태위태한 'ICT 강국'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엔진이 빠르게 식어 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ICT 기업 중 한국기업은 2개사에 불과했다. 삼성전자(9위)와 SK하이닉스(56위)만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미국이 56개로 가장 많았다. 중국은 9개, 일본은 8개, 인도는 4개, 대만은 3개가 포함됐다. 경쟁국으로 삼은 미·중·일에 크게 뒤졌을 뿐만 아니라 한 수 아래로 본 인도와 대만에도 밀렸다.

한국이 강하다고 자부해 온 반도체 100대 기업에도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만 포함됐다. 중국 41개, 미국 31개, 대만 15개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었다.

시가총액이 기업 가치를 완벽하게 대변하는 건 아니다. 각국마다 증시 환경이 달라 기업 가치 이외의 변수도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휴전국이어서 군사·외교적으로 취약하다. 이 때문에 세계 증시에서 종종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경쟁국에 비해 지금보다 미래 경쟁력이 더 취약하다는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경련 조사에서 우리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7.4%로 경쟁국인 미국(17.1%), 네덜란드(15.4%), 일본(13%), 대만(9.5%)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미래 투자도 점점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초고속 통신이나 반도체 강국이라는 과거 성취에 여전히 취해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 주요국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산업에서 먼저 앞서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후발주자다. ICT 경쟁력이 국력과 직결되는 세상이다. 더 늦기 전에 경쟁력을 회복할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