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황 부진으로 부품 시장 전반이 침체한 가운데 반도체 인쇄회로(PCB) 기판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PCB 기판 수요가 높아진데다 엔저, 고환율 현상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금·은·동 등 기판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가격 하락도 도움이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플립칩-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 고부가 기판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반도체 기판 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고부가 반도체 PCB 기판 수요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도 PCB 업계 호실적을 이끄는 일등 공신이다. 반도체 PCB 기판 생산에 필요한 대규모 장비는 대부분은 일본산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PCB 업계는 일본 장비를 저렴하게 사 올 수 있게 됐다.
국내 반도체 PCB 업계는 대부분 수출 물량을 소화하고 있어 고환율 수혜도 톡톡히 본다. PCB 생산에 필요한 산업 금속 금·은·동 가격이 내림세에 접어든 것도 PCB 업계 입장에선 반길 일이다.
PCB 업계는 호황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대덕전자는 새롭게 뛰어든 FC-BGA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대덕전자는 연성회로기판(FPCB), 고다층기판(MLB) 등 저수익 사업을 구조조정하면서 고수익 기판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향후 대덕전자는 FC-BGA에 추가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호실적을 내는 대덕전자는 올해 연간 연결 기준 1조3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한다. 영업이익도 2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FC-BGA 기판 매출도 1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대덕전자는 발 빠르게 FC-BGA 신사업에 뛰어들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도 고부가 반도체 PCB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현재 코리아써키트 매출에서 스마트폰용 고밀도다층기판(HDI) 비중은 1분기 기준 60%,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40% 정도다. 최근 반도체 패키지 기판 비중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통신용 패키지 기판에 집중해 고부가 기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올해 연결 기준 매출 1조8700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연결회사인 인터플렉스도 폴더블폰향 디지타이저 공급 증가가 예상된다.
심텍은 FC-BGA 기판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모바일 비중을 줄이고 서버, PC 등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심텍도 올해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 3818억원의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