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준비하되 품목별 법제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장 자유를 제한하지 않도록 세부 규정은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13일 “납품단가 연동제는 지난 14년 동안 자율적인 합의로 진행되지 않아 강제적인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원자재 품목별 상승률이 상이하고 1~3차 협력사 입장도 달라 시행 첫해에는 자율권에 맡기는 범위를 넓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창업·벤처 정책 나눔 협의회'에서 “전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대해 보고를 드렸고 윤석열 대통령도 공감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세부 내용까지 법제화할 경우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납품단가 연동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는 품목별로 법제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협의회는 중기부의 창업·벤처 정책 비전을 공유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는 모태펀드 유지·확대와 벤처펀드 세제 혜택 확대, 민간 모태펀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국내에서 30여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육성됐지만 1조원 밸류 투자를 할 때 결정적 역할은 대부분 해외자본이 한다”면서 “국내 단일 펀드 규모로는 유니콘 밸류 투자에 필요한 1000억~2000억원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벤처펀드도 스케일업이 필요하다”며 “모태펀드는 소진성 예산이 아니라 국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예산이므로 지속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업계는 네거티브 규제(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도입과 스타트업 규제 완화에 관한 중기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재욱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스타트업마다 소관 부처가 다르다”면서 “다른 부처가 스타트업에 각종 규제를 들이댈 때 중기부가 이를 완화하는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업계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제개혁, 법인세 감면 혜택 확대 등을 주장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선진국에 없거나 과도한 규제를 전수조사하고 연구를 통해 규제 유지 필요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즉각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현행 3년 이내 벤처기업 법인세 감면 혜택이 실효성이 없다면서 “10년 이내 벤처기업 법인세 50% 감면과 고용 증가에 따른 추가 법인세 감면 혜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장관은 새 정부 규제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덕수 총리가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청취한 규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5명의 장관 회의를 소집했다”며 “(규제 개선 가능 여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관련 규정이 없으면 일단 실시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규제개혁이 가능한 정부라는 확신을 가졌다”면서 “새 정부는 규제개혁에 진일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