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바이오 업계에 삼성 출신 인력들이 대거 약진해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메디슨 등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력들이 업계 내에서 중책을 맡아 산업과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출신 인력들이 설립하거나 경영을 책임지는 의료·바이오 업체가 늘고 있다. LG화학(옛 LG생명과학)이 주요 1세대 바이오 벤처 창업자들을 배출해 사관학교로 불렸던 것과 비견될 정도라는 평가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바이오로직스다.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점찍은 롯데는 이원직 초대 대표이사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인력들을 핵심 멤버로 영입했다.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품질팀장, 완제의약품(DP) 사업부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8월 롯데지주로 이동했다. 이 대표 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멤버로 영입된 인력도 4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바이오텍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원년 멤버로 글로벌 영업을 담당하던 양은영 전무를 지난 5월 차바이오텍 사업개발(BD) 담당으로 영입했다. 차바이오그룹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를 담당하는 미국 자회사 마티카바이오의 송윤정 대표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바이오 신약 개발을 담당했다.
직접 창업한 사례도 많다. 혈액 내 암세포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회사 싸이토젠을 설립한 전병희 대표는 삼성전기 전략기획고문으로 삼성에서 신사업 전략을 수립했다. 신약 개발 기업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는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최재현 대표와 이승현 전무가 창업한 회사다.
의료기기 쪽도 삼성 출신이 포진해 체외진단 전문기업 프리시젼바이오의 김한신 대표도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쳤다. 일진그룹 초음파 의료기기 전문기업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의 박현종 대표는 삼성메디슨 전략마케팅팀장을 거쳐 지난해 알피니언에 영입됐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도 삼성 출신 창업자들의 돋보인다. AI 신약개발 전문기업 스탠다임은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김진한 윤소정 공동대표와 송상옥 연구소장이 공동 창업했다. AI를 활용한 진단보조와 생체신호 솔루션을 개발하는 뷰노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AI 연구를 하던 이예하 대표와 김현준 이사, 정규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함께 창업했다. 디지털치료제(DTx)를 개발하는 웰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강성지 대표가 사내벤처 창업해 분사했다.
이밖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항암 신약을 개발사 드노보바이오테라퓨틱스 최창훈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본부장 출신이며, 라메디텍은 최종석 대표를 비롯한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이 설립한 의료용 레이저 기업이다. 항체신약 개발기업 메디맵바이오는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강유회·조홍석 대표가 설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다양한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했던 인력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한 케이스가 많다”면서 “주요 기업들이 바이오 사업 투자를 늘리면서 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바이오 산업에 안착한 삼성 출신 인력들의 운신의 폭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