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세계 콘텐츠 시장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K-콘텐츠는 세계시민 공감과 연대를 끌어내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12월 “'오징어게임' 대성공 이후 한국 콘텐츠를 둘러싼 세계 스트리밍 업계 쟁탈전이 치열해졌다”며 “'애플TV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등이 한국에 진출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으로 드라마 속 '달고나 만들기'를 따라하기 위한 도구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어린 시절 하던 추억의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세계시민이 즐기는 장면도 펼쳐졌다. 우리 영화감독과 배우가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한국 작가의 책이 해외 유수 문학상을 받는 일도 이제 우리 눈에 그리 낯설지 않다. 가히 'K-콘텐츠 시대'다. 우리나라는 세계인에 스며들어 마음을 훔치는 '문화매력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은 한국 대중문화를 향한 관심을 넘어 음식, 언어, 생활문화, 역사, 관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향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팝, K-드라마 열풍으로 세계 세종학당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수요가 급증했다. 이집트 세종학당에서는 대기자가 3000명에 달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경제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로 이어진다. 2020년 K-콘텐츠 수출은 119억2000만달러로 73억달러 가전제품, 41억달러 디스플레이 패널 수출액을 추월하며 우리나라 대표 수출 주력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한국수출입은행 분석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액이 1억달러 늘어나면 관련 소비재 수출을 1억8000만달러 증가시키는 경제적 효과를 지녔다고 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실시한 국가이미지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의 80.5%가 한국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한국 현대문화(22.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K-콘텐츠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민간 콘텐츠 기업에서 우수한 콘텐츠가 계속 창·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 드라마, 게임, 영화, 웹툰 등 콘텐츠 장르를 막론한 모든 창작물은 창작자가 창의력과 기량을 발휘한 열정의 산물이다. 풍성하고 수준 높은 문화콘텐츠를 꽃피우기 위해 창작자가 예술혼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 '자유'의 가치 위에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콘텐츠 기업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민간이 이끌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정책'을 추진한다.
먼저 콘텐츠 기획·제작·유통·해외진출에 필요한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K-콘텐츠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부족으로 지식재산(IP)의 해외 유출로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와 상상력만으로는 재무제표와 담보를 중시하는 은행권 대출의 문턱을 넘기 힘든 콘텐츠 기업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정부는 펀드, 보증 등 금융을 지원한다. 문체부는 올해 1388억원을 출자해 민간 투자를 연계한 모태펀드를 조성한다.
또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분야별 전문인력과 콘텐츠 기획·제작 및 첨단기술 역량을 고루 갖춘 인재를 양성해 신기술 융합 콘텐츠 신시장 확장을 지원한다.
실감·가상 콘텐츠 관련 글로벌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콘텐츠 제작역량을 두루 갖춘 문화기술 전문인력을 양성해 콘텐츠 산업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문화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세계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문체부는 K-컬처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 국내 콘텐츠 기업 90%는 10인 이하, 연 매출액 10억원 미만 영세기업이기 때문에 해외 지사를 두기 어렵다. 이에 문체부는 재외 공공기관 해외 지사 역할을 강화하고 K-콘텐츠 열풍이 K-뷰티, K-푸드, K-패션 등 연관산업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규제 혁신의 하나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유통되는 영상물에 대한 자체 등급 분류제도를 도입, K-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영상물은 유료로 제공하기 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OTT 산업은 비약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들 플랫폼을 통한 영상물 유통도 증가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조사 결과 연간 비디오물 등급분류 건수는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하기 전인 2015년에는 4339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1만6167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영상물 등급분류 심의 체계에서는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10여일 기간이 걸린다.
문체부는 OTT업계 현장에서 나오는 개선 요구 목소리를 청취, 자체 등급 분류제 도입을 선도적으로 추진한다. 일정 요건을 갖춘 지정 사업자는 자체 등급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사후관리를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법 개정은 국내 OTT 콘텐츠 제작·유통 관련 산업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문화는 선진국 완성의 필수조건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에 더해 문화가 꽃피어야 품격있는 선진 국가가 된다. 대한민국이 민주화, 산업화 다음 이룩해야 할 것은 문화의 번영이다. 그 첫걸음은 창작자가 마음껏 창작혼을 불태울 수 있도록 자유로운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자유는 윤석열 정부 핵심 청사진이다. 자유의 가치에서 출발한 규제 혁신은 시장을 자극하고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불러온다. 규제 혁신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선순환 구조의 실마리를 쥐어주고 문화콘텐츠에는 대담한 파격과 독창성으로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 자유를 다시 선사한다. 그래서 자유 정신과 규제 혁신은 K-콘텐츠가 세계로 비약하게 하는 날개이자, K-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게 돕는 동력이 돼줄 것이다. 수혜자는 국민이 될 것이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전병극 1차관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예술·체육·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문화·예술 행정 전문가다. 문체부에서는 체육협력관, 대변인, 지역문화정책관, 문화예술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수료했다. 지난 5월 문체부 1차관으로 선임됐다. 직전까지 그랜드코리아레저 혁신경영본부장으로 재직했다.
<외국인이 관심있는 K-컬처 장르별 콘텐츠 톱10>
(출처:해외문화홍보원 2021년 국가이미지 조사 보고서, 1순위기준)
<문화체육관광부 규제혁신 5대 핵심과제>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