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2년이 필요할 디지털 전환이 단 두 달 만에 일어난 것 같다고 놀랄 정도였다.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업체 온라인 진출, 비대면 솔루션 시장 성장, 인공지능(AI), 메타버스 확대와 같은 산업구조 변화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미래 공급망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형적으로 이루어졌던 전통적 공급망관리(SCM)에 코로나19로 더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하니, 이를 극복할 혁신적 공급망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AI,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고객 요구에 신속·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공급망전략 필요성이 커졌다. 전통 공급망관리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여 글로벌 최고 유통기업이 된 월마트의 공급망관리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AI, 메타버스 등 기술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공급망전략에 대해 논의한다.
월마트의 SCM 경쟁력
과거, 학자와 경영자가 SCM에 관심을 가지게 된 주된 배경은 미국의 작은 유통기업 월마트가 혁신적인 SCM으로 거대 유통기업 K마트와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 기인한다. 결국 월마트는 K마트와 경쟁에서 승리한 후 글로벌 유통기업 1위를 차지하는 거대 기업이 됐다. 1979년 기준으로 K마트는 1891개 매장을 보유했고 공급망에서 규모의 경제를 누려 저원가 전략으로 소비자를 매료시켰다. 반면에 월마트는 229개 매장을 보유한 남부의 작은 소매유통기업이었다.
월마트는 샘 월튼 회장의 고객 중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수립했다. ①고객과 공급기업과 협력을 통한 윈윈 전략 ②크로스 도킹(Cross-Docking) 방식 도입 ③ 과감한 IT 투자로 전체 공급망 정보의 실시간 파악과 공유 등이 그것이다. IT 투자로 실시간으로 수요를 파악해 상품 공급기업에 전달함으로써 공급기업 생산과 재고계획 안정화로 상호 간 신뢰를 얻었다. P&G와 협력관계가 대표 사례였다.
크로스 도킹 시스템은 물류센터를 물자 보관 장소가 아닌 공급업체 차량이 도착하면 즉시 제품을 하차한 후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 후 출발지 차량에 싣고 즉시 출발시키는 전략으로 물류센터는 수배송이 이루어지는 허브로서 역할을 했다. 크로스 도킹 시스템 실천으로 물류센터에는 보관 물자를 최소화해 엄청난 재고 비용을 줄였고 매장에는 신속 배송했다. 크로스 도킹과 공급업체와의 협력은 당시 미국 유통업체들이 상품을 2주에 1번 매장에 입고시키는 것에 비해 월마트는 1주에 두 번 입고시켜 새로운 제품들이 항상 전시돼 소비자들 방문회수를 늘리고 'EveryDay Low Price(상시저가)' 정책으로 공급망 시스템 변화 없이 저가 정책에만 치중했던 K마트와 경쟁에서 이기고 세계 최고 유통업체가 된 것이다.
월마트 성공은 결국 ①거래처와 연결성(connectivity) ②공급망 가시성(visibility) ③협력관계(collaboration)를 실천해 물류 흐름이 신속하게 이뤄져 환영을 받은 것이다. 당시 월마트 공급망전략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디지털 SCM이 주류인 현 시점에도 수요의 정확한 예측 혹은 관리와 신속한 리드타임은 공급망 안정을 기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수요를 더욱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에서 공급망 전략
디지털 환경은 또 다른 공급망 전략의 출현을 예고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 화두를 던졌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빠르게 변화시켰고 국가 경제 및 사회 전반 패러다임 또한 빠르게 재편시키고 있다. 디지털 전환 원동력은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3D프린팅, 로봇, AR, VR 등 4차 산업 관련 기술과 기술 연결성(Connectivity), 데이터 분석(Data Analysis) 능력 등에 기인한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가 중심이 될 것이므로 과거 월마트 시절 개념보다 더욱 공급망을 초연결(Interconnected), 초지능(Intellectual), 초혁신(Innovation)시키는 SCM 전략이 필수일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고객 수요는 복잡해져 기업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은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에 연결돼 무한한 실시간 정보를 보유하고 개인 경험을 중요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ESG와 같은 사회 이슈도 잘 알고 있어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디지털 SCM 전략을 잘 구축하고 투자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①아마존 키바(Kiva)와 같은 아마존 로보틱스, 아마존 대시(Dash), 아마존 에코(Echo), 아마존 고(Go) 그리고 아마존웹서비스(AWS:Amazon Web Service)를 활용한 초연결 능력, ②대시 버튼을 통한 예측 배송, 에코를 활용한 수요조절과 창출, 아마존 고를 활용한 소비자행태 빅데이터 분석과 AI 서비스 구현 등을 통한 초지능 능력을 갖추고 ③기존 산업군과 신규 기술의 융합으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등 초혁신 서비스 공급망 능력을 갖추면 디지털 전환 시대에 훌륭한 공급망전략이 될 것이다. 초연결, 초지능, 초혁신 능력은 현실 세계와 AR,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를 결합시킨 메타버스도 가능하게 만들어 메타버스가 미래 산업의 주류로 등장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혁신적인 SCM 전략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에는 세계 인구 25%가 하루 최소 1시간 메타버스에서 보낼 것이라고 한다. 메타버스가 일시 흐름이 아닌 하나의 글로벌 문화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메타버스에서 공급망전략에 관한 아이디어는 많지 않지만 다음 사례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메타버스에서 공급망전략도 디자인해 보자. 제조산업 관점에서 에어버스(Airbus)는 미라(Mira)로 불리는 AR시스템을 통해 제작 중인 항공기 모든 정보를 엔지니어에게 제공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경우 미라를 통해 브래킷 검사에 필요한 소요시간을 3주에서 3일로 단축했다. 보잉(Boeing)도 보잉 747-8 항공기의 배선 작업 공정에 AR를 적용해 작업시간을 25% 단축하고 작업 오류비율은 0%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기업인 바릴라스파(Barilla Spa)는 파스타 시장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급망 구조는 바릴라 생산공장-바릴라 물류센터-대형 유통기업-소형 유통회사-개인 소비자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 대형 유통기업들이 물류센터에 주문하면 바릴라가 배송했다. 문제는 유통업자의 수요 예측이 정확하지 못해 생산이 효율화되지 못하니 물류센터 재고는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근본 원인은 대형 유통회사 주문 수량을 관리하지 못해 생긴 경우이어서 VMI 시스템을 도입해 문제가 개선됐지만 수요와 공급 밸런스 조정이 쉽지 않아 생산 스케줄은 크게 안정화되지 못했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 바릴라 생산, 영업, 물류 담당자와 유통업자를 포함하는 메타버스를 개발해 최적 방안들을 도출한다면 수요와 공급 문제가 안정화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앞으로 B2B 차원의 메타버스가 설계된다면 메타버스가 공급망 개선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물류산업 관점에서도 중동지역 최대 물류회사인 DP월드는 DP메타월드(DPMETAWORLD) 명칭의 메타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화주인 DP월드 입장에서 자신이 의뢰한 제품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절차를 밟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DP월드는 각종 변수로 인한 물류 병목현상이 생기면 대체경로를 실시간으로 발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운송루트 개발과 물류 인프라 가동에 앞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시뮬레이션도 해 볼 수 있다.
DHL 그룹은 2025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해 20억유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트윈의 가상공간에서 공급망 단계별 흐름 재현을 시뮬레이션해, AI가 접목된 '리질리언스(Resilience) 360' 시스템으로 트럭 고장이나 창고 침수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물류 단계별 공급망과 물자와 정보흐름을 VR 공간에서 재현해 공급망 구성원들에게 가시성(Visibility) 제공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플랜B, 플랜C 등을 수립하고 디지털 지도와 위성지도, 교통패턴 정보 분석, 최적화된 배송트럭 이동 경로 등을 제시할 수 있으며, 향후 솔루션 업체, 물류 컨설팅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대 SCM 미래 전략은 고객과 연결망을 항상 갖추고 그들 요구를 신속히 파악해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SCM 능력을 지능화하고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시공간을 초월하는 메타버스를 통해 시각적으로 공급망 개선책을 더 발견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동적 역량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태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국제미래학회 자문위원
<필자 소개>
김태현 총장은 연세대에서 30년 동안 교수로 SCM 분야 강의와 연구, 경영대학 학장,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 의사결정학회(APDSI) 회장 등도 역임했고 현재 국제미래학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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