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2분기 성적표가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가 상승 압박에 주택 거래량 감소로 인한 가구 수요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내놨다. 실적 부진 원인은 외부 요인이라는 입장이 되풀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영업 환경 개선 없이는 돌파구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에 실적이 개선된 업체도 있다. 지누스는 1분기 매출 2908억원, 영업이익 283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세계까사도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증가한 732억원을 기록,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원가 압박, 수요 감소라는 똑같은 조건에서 실적이 갈린 이유는 채널 다변화를 들 수 있다. 지누스는 일찌감치 북미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중심으로 몸집을 키웠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e커머스 전문가로 꼽히는 최문석 대표를 영입한 후 자사몰 '굳닷컴'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4월에는 아파트 인테리어 플랫폼 '아파트멘터리'와 손을 잡았다.
e커머스 바람은 가구 시장에도 몰아쳤다. 가구 업계에서 '오늘의집'의 존재는 상징적이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올 상반기에 기업가치 2조원을 돌파했다. 가구업계 1위 한샘과 2위 현대리바트를 합친 것보다 크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는 온라인·비대면 소비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신선식품만큼은 마트에서 사야 한다던 사람도 어느새 쿠팡·쓱닷컴 앱을 켜서 주문하고 있다. 가구도 마찬가지다. 직접 누워 보고 만져 보지 않아도 소비자는 가구를 구매한다. 획일화한 대형 업체보다 개성 있는 중소업체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구매가 쉽고 간편하며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가구업계는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한샘은 5월 디지털전환(DX) 부문을 신설하고 외부에서 플랫폼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DT 부문 근무 인력만 110여명을 투입, 내년 초 인테리어·홈퍼니싱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케아는 지난해 4월 온라인 주문 배송비를 최대 50% 인하했다. 전시·중고 제품 거래 플랫폼 '자원순환 허브' 온라인 플랫폼도 새롭게 선보였다. 현대리바트와 신세계까사는 온라인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VR) 쇼룸을 선보였다.
기업거래(B2B) 매출 비중이 높고 제조업 특성으로 원가에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엔데믹 시대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채널 다변화는 필수다. 가구업계는 오프라인 영업망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DX에 뒤처지면 외면받는 시대다. 가구업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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