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서남부와 스페인 등 유럽 남부 지역에서 때 이른 폭염과 산불이 이어져 수많은 피해를 낳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서남부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 지역에서는 산불이 발생해 소방대원 1200여 명이 투입됐으며, 지롱드주 주민 1만 4000여 명이 대피했다.
이날 프랑스에서 발생한 산불은 필라사구(뒨뒤필라)와 랑디랑스 주변 두 곳의 110㎢에 가까운 땅을 태웠다. 지롱드주 부주지사인 빈센트 페리에는 “불길이 잡히지 않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며 “날씨가 매우 덥고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스페인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소방관들이 섭씨 46도에 가까운 폭염 속에서 불길과 싸웠다. 스페인 남부 휴양지 말라가 인근 미하스 등에서 3200여 명이 피난을 갔다가 일부 돌아왔으며 서부 에스트레마두라도 산불 피해를 입었다.
포르투갈 북부 지역은 약 300㎢가 불에 타고 소방관 1400명이 투입된 끝에 어느정도 불길이 잡혔지만, 소방 작업 중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
모로코에서는 산불로 1300명이 대피했으며, 그리스 크레타섬, 터키 서남부,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 인근에서도 산불 진압 작업이 한창이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24시간 동안 7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크로아티아와 헝가리,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잇따라 산불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로 촉발된 때 이른 폭염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부채질했으며, 불이 잡힌다고 해도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불씨가 다시 살아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서부 해안가 15개 지역에 최고 수준 폭염 적색경보를 내렸고 51개 지역엔 두번째로 높은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기온은 18일(현지시간) 최고조에 달해 4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주 토요일 소방관들이 섭씨 45.7도까지 치솟는 고온 속에서 불길과 사투를 벌였다. 스페인 폭염 관련 사망자를 매일 집계하는 카를로스 3세 연구소는 10∼15일에 폭염 관련 사망자가 360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는데, 이 중 123명은 폭염이 극에 달한 15일 단 하루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은 지난주 기온이 47도까지 올라가 한 주간 폭염으로만 23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빈곤층 노인들이다. 또 포르투갈 영토 96%는 폭염이 오기 직전 6월 말에 이미 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비교적 서늘한 여름 날씨를 보이는 영국마저도 18~19일 기온이 41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돼 런던 등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적색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영국 기상청이 2050년에나 올 것으로 예측했던 40도 폭염이 온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