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DX)'이 기업 생존 필수요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자국 산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도 전통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까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우리 기업 DX 영향력이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DX를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 역량이나 기업 역량도 미흡한 현실이다.
박상곤 한국생산성본부(KPC) 디지털컨설팅본부장은 19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산업 DX 변화추진자 발대식'에서 DX 확산을 위한 해결과제로 DX 리더십 역량 및 추진 역량 부족을 들었다. 디지털 변화추진자 양성이 DX 촉진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배경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기업 DX를 위해 지난 5일부터 시행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같은 제도적 환경과 기업 간 협업을 확대할 산업 환경도 중요하지만, 실제 기업 임직원들이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하는 기회로 여기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5월 10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국내 10대 업종 20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 디지털 비전과 리더십 역량 수준은 총 5단계 중 평균 1.67단계였다. 5단계에 수렴할수록 DX 리더십 역량이 높은 기준이다. 또 디지털 전략 추진 역량도 평균 1.81단계에 머물렀다.
이 결과는 '기업 리더가 디지털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낮고 비전이나 목표가 없다'는 응답이 51.7%나 차지한 데 기인했다. 기업 DX 추진 역량에 대한 설문에서도 '디지털 전략 체계, 추진 실행력이 미흡하다'는 응답이 46.8%나 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영향력과 필요성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기업 임직원들의 산업 DX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도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기업들은 DX가 미치는 영향을 낮게 평가했다. '영향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44.6%로 가장 높았다. 영향이 있다는 응답 중에서도 DX를 '단기적 유행 정도', '필요한 몇 가지 기술이 업무 일부에 활용되는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각각 20.6%, 25.4%를 기록했다.
DX 인지도나 필요성도 낮게 나타났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49.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은 50.7%로 약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철강, 자동차, 조선 업종에서는 DX 필요성에 대한 응답 비중이 각각 65.9%, 62.8%, 60%를 기록해 높게 나타나는 등 업종별 편차가 있었다.
임직원들의 DX 인지도도 높지 않았다. 조사에서 '모른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951명으로 전체 47%인 반면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412명으로 20.3%에 불과했다.
한편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추진 애로사항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직원들의 낮은 수용성을 크게 인식하지 않았다. 반면 응답자 과반인 54.9%가 '전문인력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고 자금부족, 시간 부족, 추진 가이드 부족 순이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