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계가 준비되지 않은 디지털 격변의 시대를 맞이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디지털 격변은 누군가에게는 큰 혼란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으로 다가왔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실제로 모이지 않고 회의나 수업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색하고 불안전한 행위로 인식됐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수업과 회의를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하고 있다. 시대 상황과 맞물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는 현실 세계 활동 중 일부를 불가피하게 디지털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 대부분을 디지털 세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만남, 소통을 넘어서 경제 활동까지 일어나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단순히 본인의 아바타를 꾸미고 소통을 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 세계와 같이 공연, 전시회 등도 개최된다.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란 메타버스에서 가상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해 1000만명 이상 사용자가 해당 공연을 관람했으며 약 2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트래비스 스콧이 2019년 진행한 오프라인 투어 수익이 약 18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메타버스의 파급력이 현실 세계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사례다.
메타버스 경제 생태계의 등장
코로나 이전부터도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인기가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서 MZ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메타버스로 모이는 상황이 돼 버렸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공간 매력은 모든 세대에게 참신하게 다가왔고 메타버스에 모임으로써 다양한 수요가 생겼다. 가상공간이지만 가상의 자신 즉 아바타를 꾸미고자 하는 수요가 생겨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루이비통과 같은 의류 아이템이 거래되고 본인 아바타가 거처할 가상의 집 수요가 생겨 가상이지만 집, 땅과 같은 부동산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미술품 등도 거래돼 메타버스 경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경제생태계는 블록체인의 암호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실물 세상의 물건이 디지털화됐을 때 여러 편리한 점도 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복사가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어서 원본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NFT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그림, 음원, 메타버스 아이템 등에 적용함으로써 원본 가치를 산정할 수 있게 돼 이를 기반으로 거래 시장이 활성화 됐다. NFT 기술을 기반한 디지털 미술품 거래는 세계에서 10만여점이 넘고, 거래 총액도 약 2200억원에 달한다. NFT 기반 디지털 원본 작품을 소유한 사람은 작품을 메타버스 미술관에 전시하고 자신만의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NFT 기반으로 돌아가는 P2E(Play to Earn) 게임 등장도 메타버스의 경제 생태계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P2E란 게임상의 아이템을 현실 세계의 현금으로 바꾸면서 게임을 하는 것. 즉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의미한다. 게임 특징은 NFT 기술로 게임 아이템 가치를 보장해주고, 사용자는 해당 아이템을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해 돈을 벌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가 P2E 게임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2021년 7월 기준 시가총액이 25억달러를 돌파했다. 엑시 인피니티에서 캐릭터는 NFT 형태로 생성이 되고 해당 캐릭터를 키워서 판매함으로써 사용자는 현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P2E 게임은 2026년에 4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되며 P2E 게임은 현실과 메타버스 경제 시스템이 현실과 상호 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웹3.0과 블록체인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메타버스 경제 생태계 확장은 필연적으로 분산 애플리케이션 사회로 이루어진 웹3.0(WEB 3.0) 시대를 불러올 것이다. 웹1.0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 구글 크롬과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의 탄생으로 인한 인터넷의 대중화였다면, 웹2.0은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진 데이터 공유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웹3.0 시대는 플랫폼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독점한 이익을 사용자에게 분산하는 것이 웹3.0 시대의 궁극적인 목표다.
웹3.0 시대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된 정보 주권을 탈중앙화를 통해 이용자에게 돌려주고, 단순히 읽고 쓰는 기능이 전부였던 웹 기능에 블록체인의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사용자 데이터 권리까지도 사용자가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한다. 현재 인터넷은 공유와 보상 기반 웹3.0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서 미국의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웹3.0 시장이 메타버스 및 NFT와 결합해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국내 삼성전자, 카카오도 웹3.0 개발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미래전략 분야로 분류하고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웹3.0 시대 미래 전략
다가오는 미래인 웹3.0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산학연 협력과 정부 전략이 필요한 때다. 첫째, 웹3.0 시대를 위한 서비스 개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현재 웹 개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데이터베이스 등 컴퓨터 공학 잔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개발자 숫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웹3.0 기반의 서비스 개발자는 더욱 산업체에서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반증하듯 웹2.0 기반 서비스는 350만개 정도가 구글이나 앱스토어를 통하여 제공되고 있으나 웹3.0 기반의 서비스는 고작 3000여개에 불과하다.
웹2.0이 지금과 같이 보편화되는 것에는 HTML이라는 혁신적인 웹 개발 기술이 개발돼 기본 교육만 받으면 웹 기반 서비스 구축이 가능해졌고 이것이 웹2.0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됐다. 웹3.0 기반 서비스 구현은 블록체인, 전자지갑 등과 연계가 기본이고 이러한 환경에서 개발 인력은 더욱 부족한 현실이다.
둘째는 웹3.0 지원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의 확장성을 혁신할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탈중앙화에 따른 과부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이를 극복하면서 탈중앙성을 유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연구 개발과 이를 종합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통합 연구가 필요하다. 또 웹3.0 개발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저작도구나 개발도구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셋째는 블록체인을 선점하고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 되기 위해 정부의 산업 육성 계획과 관련 법, 규제, 체제 정비 등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상 디파이 서비스에 대한 관련 법 규정이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분산 자율 조직인 DAO(Decentralized Organization)와 회사법과 관계, 부동산 등 자산 소유권과 NFT와 관계, 일반 계약과 블록체인상 스마트 컨트랙트와 법적인 지위 문제 등 웹3.0 시대 진입을 위한 여러 제도와 규제에 대한 정비가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웹3.0 시대 강자 돼야
웹3.0은 거품이고, 일시적인 키워드라고 깎아내리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진정한 미래라고 치켜세우면서 옹호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1990년대 닷컴 버블(dot-com bubble) 사태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기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있었지만 닷컴 버블 속에서 살아남은 아마존, 애플, 구글 같은 기업이 세계를 이끌고 있다. 웹3.0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웹3.0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필연적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웹3.0 시대를 무작정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자세보다 웹3.0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기르면서 그에 맞는 다양한 연구와 정책들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웹2.0 플랫폼 전쟁에서 싸이월드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페이스북보다 먼저 시작했으나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한 인터넷 관련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반복되는 사이, 글로벌 절대강자 구글·페이스북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수직 상승했다. 그사이 전 국민을 미니홈피 중독에 빠트렸던 싸이월드는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플랫폼 전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초기 반짝했던 플랫폼 시장이 유지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경험을 한 우리가 새롭게 열리는 블록체인 기반 신(新)플랫폼 전쟁인 웹3.0 경쟁에서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새 시대의 강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 회장·국제미래학회 블록체인위원장
<필자 소개>
박수용 회장은 서강대학교 메타버스전문대학원 교수이고 국제미래학회 블록체인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을 역임했고 핀테크와 블록체인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