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진정한 금융BTS를 만들려면

[핀테크 칼럼]진정한 금융BTS를 만들려면

금융 당국이 다시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 규제혁신 회의체를 발족하면서다. 금융이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선도하고 금융산업에서 '금융 BTS'를 만들어 내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규제혁신 대상으로는 금융산업의 디지털전환, 디지털 금융혁신 인프라 구축, 자본시장 선진화, 감독행정 개선 등 4개 분야에서 9개 주요 과제와 36개 세부 과제를 선정했다. 규제혁신 내용이 구체적인 데다 금융 수장이 인터뷰에서 업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혁신을 강조하면서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규제혁신 분야와 과제들이 각 업계 현안을 다루면서도 미래 금융의 경쟁력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전환, 또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도울 수 있도록 자본시장 혁신에 일차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구체적·실질적 대응 천명에 박수를 보내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규제혁신 회의 첫 번째 안건인 금산분리는 일부 의견이 나왔듯이 좀 더 근본적이고 과감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금산분리는 한마디로 '금융의 대기업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물론 대기업 부실로 은행시스템 붕괴와 IMF 위기를 겪은 우리로서 취지는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은 불투명한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라 맘만 먹으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디지털 시대다. 필요하면 지분 한도와 관계사 거래 제한 등 규제장치도 얼마든지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금산분리로 말미암아 금융이 다른 산업과 융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산업·비즈니스모델·기술 융합이 핵심이고, 여기엔 금융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은 동전의 양면일 뿐만 아니라 금융데이터 가운데 특히 결제데이터는 모든 산업, 모든 기업제품의 소비자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컨대 금융플랫폼을 통해 금융과 여타 산업 융합을 촉진할 경우 금융의 양적·질적 성장 잠재력은 물론 여타 산업의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둘째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형 금융사·빅테크와 함께 벤처 성격인 핀테크 육성이 중요하다. 특히 올해 들어 세계적인 금리상승과 금융긴축으로 벤처투자가 얼어붙고 있는 만큼 핀테크투자 활성화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장 실패 또는 취약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초기투자 펀드를 만든다든지 도약 단계에서 자금 수요가 많은 예비 유니콘들의 성장단계별 지원 프로그램, 예컨대 투자와 함께 기술인력 지원을 위한 벤처 스톡옵션이나 병특제도 활용 등의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디지털자산 등 신산업 분야에서 투자자 보호와 신산업 육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균형정책을 취해 줬으면 한다. 물론 테라, 루나 등 가상화폐 사태로 투자자 보호가 워낙 중요해진 데다 가상자산의 펀더멘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 폭락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상자산의 진화 과정에서 NFT라는 펀더멘털이 있고, 희소 가치가 있는 새로운 디지털자산이 출현한 데다 유럽(MICA법 제정)에 이어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자산 관련 행정명령' 등 디지털자산 제도정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래 먹거리로서의 디지털자산 신산업에 대한 선제적 육성정책을 적극 고려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감독행정 개혁에선 디지털을 활용한 금융 관리·감독을 기대한다. 금융 디지털화로 금융 거래가 갈수록 빨라지게 되면 기존 아날로그 형태의 금융감독 시스템으론 적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 선진국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섭테크와 레그테크를 적극 도입했으면 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