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는 1085억달러(약 142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23% 줄어든 수치로, 최근 10년 동안의 분기 감소율 가운데 가장 큰 수치다.
상반기 투자 규모는 2501억달러(약 32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2857억달러 대비 12.5% 줄었다. 직전인 지난해 하반기 3403억달러에 비해 26.5%나 감소했다.
2분기 투자를 지역별로 보면 13% 감소한 유럽의 감소폭이 가장 적을 정도로 미국, 유럽,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전 지역에서 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줄면서 2분기 유니콘 기업 배출은 85개로 전년 동기 148개 대비 43% 줄었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전반에 걸쳐 냉각기가 도래하면서 투자 규모가 큰 후기 투자가 더 큰 영향을 받았고, 기업공개(IPO) 등 회수(엑시트) 시장도 동반 침체했다.
2분기 투자 시장에서 1억달러 이상 메가라운드는 250건을 기록, 1분기의 363건 대비 31.1% 줄었다. 메가라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505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31% 감소했다. 인수합병(M&A)은 8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최근 6분기 중 최저치인 2502건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17.3% 줄었다. IPO와 스팩합병도 전 분기 대비 각각 15%, 26% 감소했다.
올 하반기 벤처투자 시장 전망도 어둡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면서 각국이 통화긴축 정책을 펼치고 금리를 추가 인상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가치 재평가가 시작되면서 벤처와 스타트업도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사상 최대 규모로 결성된 펀드들이 투자를 이어 가야 하기 때문에 투자 감소폭이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고, 통화긴축 등으로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지난해까지 기록적으로 조성된 펀드들이 다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