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앞당긴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신기술로 시공간 제약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지 로케이션 촬영 없이 가능한 버추얼 프로덕션,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언택트 공연 등 새로운 제작방법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확장현실(XR)·혼합현실(MR)·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영상콘텐츠 제작과 무대공연 고도화에 최적화된 신기술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시각화·자연어처리 등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버추얼 휴먼을 기획·개발해 실제 광고·뮤직비디오 등 영상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콘텐츠산업 미래 정책 연구'에 따르면 콘텐츠 기업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점차 고도화될 전망이다. 세계 산업 전반에서 AI 활용 확대, 비대면 디지털 사회로 이행, 메타버스 등 새로운 세계관 등장, 디지털 콘텐츠 부상 등 디지털화에 따라 콘텐츠 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점차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간 제약 없이 볼 수 있는 공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공연에 제약이 발생하며 언택트 공연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타고 사전 제작한 공연부터 실시간 공연까지 다양한 K-팝 공연이 세계로 전파됐다.
K-팝 한류 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대표적이다. 2020년 예정된 월드투어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되며 BTS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을 시작했다.
방방콘은 2020년 4월 18~19일 각각 12시간씩 BTS 과거 콘서트 실황을 무료 공개하며 시작을 알렸다. 이틀간 조회 수 5059만건을 기록했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24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해 6월 14일 첫 언택트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 '방방콘 The Live'가 열렸다. 6개 멀티뷰 화면에서 보고 싶은 화면을 선택·시청할 수 있게 했고 응원봉 아미밤 연동 기술로 현장감을 높였다.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75만6600여명이었고 기네스로부터 '최다 시청자가 본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라는 세계기록 공인도 받았다.
CJ ENM K-컬처 페스티벌 '케이콘(KCON)'의 언택트 버전 '케이콘택트'이 대표적이다. 케이콘택트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 XR·AR·볼류메트릭 등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해 다채로운 볼거리로 글로벌 수백만 K-팝 팬에 언택트 공연을 제공했다.
공공기관 차원 언택트 공연 지원도 본격화됐다. 콘진원은 지난해 연말 온라인 대중음악 공연 전문 스튜디오 'KOCCA뮤직스튜디오'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구축했다. 비대면 한류 확산을 목표로 중소기획사와 창작자 등이 VR·AR, 홀로그램, 가상공연장(VDIUM) 기술 등을 활용해 언택트 공연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버추얼 기술로 가상에서 현실 창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만달로리안'이 제작 절반 이상을 버추얼 프로덕션을 활용, 영상콘텐츠 제작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국내에서도 콘텐츠 제작과정에 LED 월 활용이 본격화됐다. 외부 요인에 따른 각종 제약을 줄이고 품질은 고도화해 비대면 시대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콘텐츠 촬영과 제작을 지원한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 덱스터스튜디오가 참여한 영화 '신과함께' 등에서 시각특수효과(VFX)와 버추얼 프로덕션이 활용됐고 버추얼 프로덕션 전용 스튜디오가 들어서며 제작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비브스튜디오스, 덱스터스튜디오 등 콘텐츠 전문 제작사에 이어 CJ ENM, SK텔레콤 등 대기업까지 버추얼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후반작업이 필수인 크로마키 스크린에서 진일보한 촬영 방식이다. 설치·철거를 반복해야 하는 세트 제작비용과 현지 로케이션 섭외·기상 변수 등 제작 리스크를 줄이고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 후반 작업기간을 단축해 제작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차세대 콘텐츠 제작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약 75%가 할리우드 등 미국 서부지역과 유럽 대도시에 집중돼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15%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기술 활용 확대로 기술 활용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NEW 자회사 엔진비주얼웨이브가 대표 사례다. 엔진은 영화·드라마 제작 VFX를 담당하며 작품 초기 기획·개발과 시나리오 단계부터 VFX 컨설팅과 콘텐츠 퀄리티 컨트롤을 지원하고 있다.
버추얼 휴먼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가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업계 추산 100명 이상 버추얼 휴먼이 활동 중이다. 신한라이프 CF 주인공 '로지', 다양한 비주얼 화보를 찍은 비브스튜디오스 '질주' 등이 대표적이다.
'로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진원 문화기술R&D 사업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로커스 스튜디오는 인물 움직임·표정 구현 기술 등으로 구현한 3D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제작 경험과 기술을 고도화해 자회사 사이더스스튜디오엑스와 지난해 '로지'를 선보였다. 에이펀인터랙티브가 개발한 K-팝 가상 아이돌 '아뽀키' 역시 문화기술R&D 사업 결과물이다.
영상콘텐츠업계뿐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버추얼 휴먼 연구가 활발하다. 크래프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해 엔씨소프트도 버추얼 휴먼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가까운 미래에 초거대 AI·음성합성 AI 등 결합으로 고도화된 버추얼 휴먼이 탄생할 것”이라며 “영상콘텐츠 제작과정에 버추얼 프로덕션 비중이 확대되면 배우가 아닌 버추얼 휴먼이 드라마·영화 등에 출연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