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탈(脫)세계화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확립해야

올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이르던 초(超)세계화가 2016년을 정점으로 점점 하락해 국제분업 체제가 무너지는 탈(脫)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국경 없는 세계, 사람·자본·정보·상품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계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막을 내리고 탈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코로나19는 국경을 넘나들던 사람과 물자의 교류를 중단시킴으로써 선진국에 각종 상품을 공급하는 공장이 있는 개발도상국의 수출에 적신호로 작용함으로써 큰 타격이 됐다. 그러나 전 세계 많은 기업은 생산 모델의 취약성에도 특정 국가의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 현지 생산을 확대했다. 탈세계화의 시작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상품 생산과 유통에 차질이 빚어졌고, 해상물류를 움직이는 개발도상국 출신 선원 상당수가 생계에 위협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진행되는 사이 무너진 공급망 기능을 회복하는 세계화 회귀 탄력성은 계속 낮아져서 단기 효율성과 비용 절감 이점이 부각하는 탈세계화로 치우치게 됐다. 더욱이 기후변화 우려 지속에 따라 국가별 화물운송 거리를 줄이고 현지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움직임이 탈세계화를 촉진하고 있다.

탈세계화는 첨단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 기술이 실시간 데이터를 현지법인으로 운영하는 지구 반대편 공장에 보내면 3차원(3D) 프린터로 제품을 생산한다. 부품과 원자재의 흐름이 아니라 데이터 흐름으로 글로벌 공급망(GVC)이 재편되고 있다. 공장 신설, 3D 프린터 등 기계 구매, 부품과 원자재 수급 등 일련의 과정에 투입되는 자금은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그 역할을 맡는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요소인 상품, 기술, 금융, 물류에 이어 원자재가 주요 변수에 진입함으로써 탈세계화가 구조화하고 있다.

FDI와 데이터가 수출을 대체해서 수출로 먹고사는 시대가 저물어 간다. 부존자원 없이 인재와 노동력으로 수출해 온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의 구조적 소용돌이에서 저물어 가는 수출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는다면 그 충격을 상상하기 어렵다.

인건비가 싼 곳, 원자재가 싼 곳을 찾아 전 세계가 분업하던 세상이 물건을 만들어 보내지 않고 데이터와 자금을 현지에 보내면 현지에서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제품의 국가 간 이동, 국제물류의 흐름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투자 범위가 넓어진다. 본사가 있는 국내뿐만 아니라 수요처나 원자재가 있는 해외에 투자한다.

기업은 올바른 선택과 집중으로 역량을 기르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사업다각화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져서 주력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잃을 수 있다. 기업은 잘하는 사업에 최적화된 해외 지역을 찾아 투자한다. 소프트웨어라면 미국 실리콘밸리가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목표 시장을 좁히되 하나의 기술에 집중하고 누구도 추월할 수 없는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탁월한 강소기업 사례가 여럿 있다.

탈세계화의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중소기업이 존속하고 지속해서 선도하려면 중소기업이 준비할 일이 있다. 먼저 국제적 협력이다. 1개 중소기업이 하기에 복잡한 기술은 기술을 분산해서 협력하면 독점적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한 우물을 깊게 파듯 중소기업은 훌륭한 인재를 채용해서 기술 연마 등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하도록 오랜 파트너십을 견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족이 대를 이어서 소유 또는 경영해야 한다. 자신(CEO)과 기업을 동일시하는 가족기업 특유의 일관되면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탈세계화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해야 한다. 재편되는 글로벌공급망(GVC)을 확충하기 위한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 디지털경제에서 각 산업은 다른 경제·사회·문화 영역과 융합해서 신융합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확립해 인공지능(AI)을 만들고, 양면 네트워크를 보유한 플랫폼은 교차탄력성을 증폭시키면서 다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디지털융합으로 확대해 나가기 때문에 정부는 기술 역량을 기르는 직업교육, 규제자유특구 제공 등 공간과 환경 지원이 필요하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 yoonbs@suv.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