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합성쿼츠(Synthetic Quartz)'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했었다. 일본, 미국, 독일 등 주요 기업들이 독점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합성쿼츠는 독과점 품목이다 보니, 횡포적 판매가 흔했다. 구매자는 선급금을 지급하고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이 독보적인 고순도 광섬유 모재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반도체 포커스링용 합성쿼츠 소재를 국산화에 성공했다. 합성쿼츠 제조 장비를 독자 개발해 소재 불모지인 국내 쿼츠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구 소재 광섬유 모재설비 전문기업 에스티아이(STi·대표 서태일)가 그 주인공이다. 에스티아이는 국내 최초로 합성쿼츠 소재 국산화에 성공, 국내를 넘어 글로벌 합성쿼츠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에스티아이는 한국세라믹기술원과 산·연 협력으로 지난 2020년 일본이 독점해온 합성 석영유리 소재 국산화 및 양산에 성공했고, 지난해는 광학용 합성쿼츠 및 용접봉을 직접 생산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포커스링용 합성쿼츠 소재까지 개발한 것이다.
주로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합성쿼츠는 그동안 일본과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 100% 수입했었다. 차세대 미세공정 극자외선(EUV) 노광에는 합성 석영유리가 필요하다. 고순도와 고정밀이 요구되기 때문에 높은 수준 화학 기술과 대규모 설비는 필수다. 소자의 집적도 향상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야 하는 분야다.
합성쿼츠 소재는 주로 식각공정에서 사용돼 통상 에칭(Etching) 공정이라고 부른다. 반도체에서는 포토(Photo) 공정에서 필요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판화의 에칭처럼 반도체에서는 포토에서 필요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포토 공정에서 형성된 감광액(IR)을 남겨둔 채 나머지 부분을 식각 반응 물질에 따라 부식액(습식), 플라즈마(건식) 방법으로 제거함으로써 회로를 만든다. 식각이 끝나면 패턴의 감광액도 제거한다. 이런 방법으로 수백 층의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쿼츠 소재의 포커스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식각 방법 중 플라즈마를 이용한 식각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방법이 까다롭다. 수 나노미터(㎚) 단위로 고집적화된 반도체 기술 변화에 따라 부식액보다 수율을 높일 수 있는 플라즈마 식각이 확대되고 있다. 수명이 긴 합성쿼츠 소재로 포커스링을 사용함으로써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포커스링은 특히 '하이 파워 플라즈마(High Power Plasma)'의 극한 환경에 노출돼 쉽게 식각 되기 때문에 주기적 교체가 필요한 소모성 부품이다. 향후 꾸준한 매출이 기대되는 이유다.
합성쿼츠는 반도체 생산공정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소재다. 부품의 종류는 링류, 월라이너(Wall liner), 와이드 포켓(Wide pocket), 보트(Boat), 플레이트(Plate), 베플(Baffle), 튜브(Tube), 돔(Dome) 등이 있다. 내마모성과 빛 투과율이 뛰어나고 기공(Micro Bubble)이 없어 17㎚ 이하로 집적화돼 가고 있는 반도체 식각 공정에 유용하다. 합성쿼츠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는 기존 천연쿼츠 상당 부분을 합성쿼츠로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천연쿼츠 시장이 현재 5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고, 향후 이 가운데 30%를 합성쿼츠가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천연결정이나 실리카 분말(석영모래)을 고온에서 녹여 만든 천연쿼츠 경우 아무리 세척해도 원료에 일정량의 불순물이 남아있다. 석영유리가 단일 실리카지만 원료에 불순물이 포함돼 있으면 녹아내리는 성능이 변해 특성이 불안정하게 되기 때문에, 반도체 고집적화에 따른 공정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따라 합성쿼츠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IT 플랫폼과 5G 시장이 확대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수요를 맞추기 위한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부품 시장 연평균 성장률(GAGR)이 27.2%에 달하는 만큼 덩달아 합성쿼츠 시장도 안정적 성장이 전망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쿼츠 시장은 국내 반도체 공정용 쿼츠 부재 매출을 기준으로 약 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용 석영유리(Quartz ware)가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에스티아이가 개발한 반도체용 포커스링 합성쿼츠는 이 회사가 보유한 고순도 광섬유 모재 제조기술이 기반이다. 합성쿼츠 제조 방법은 Sol-Gel법, OVD법, 기상축증착(VAD)법으로 나뉘는데 VAD법은 내성에 영향을 미치는 수산기(OH)와 금속불순물 함량이 낮아 우수한 내식성과 내구성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에스티아이는 VAD법으로 합성쿼츠를 제조하고 있다. 여기에 광섬유 제조와 모재 장비 제조기술이 더해져 고온 및 화학 공정을 거치는 반도체용 소재로서의 요구 조건을 만족한다.
에스티아이는 고순도 실란인 SiCl4, OMCTS 등 전구체(Precursor) 정제기술부터 고순도 수소(H2) 등 운반기체(Carrier gas) 제어를 통한 잉곳 성장 기술은 물론, 고열가스를 이용해 OH를 제거하는 공정제어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
서태일 에스티아이 대표는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술 전환 효과는 둔화하고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수율 향상이나 기술 전환을 쉽게 하기 위해 부품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티아이는 이번 반도체 포커스링용 합성쿼츠 소재 국산화를 기반으로 소재 수입 대체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차 시장 활성화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합성쿼츠 시장에도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용 쿼츠 부품 글로벌 시장은 2조원이며 합성쿼츠 국내 시장은 오는 2025년 1500억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에스티아이가 보유한 합성쿼츠 생산 규모는 국내 수요량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메이저 쿼츠 기업의 투자를 바탕으로 소재 제조 장비 및 기술을 공급함으로써 그동안 외국에 의존해온 쿼츠 공급을 국내에서 상당 부분 대체함으로써 반도체 기술 국산화율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대표는 “100% 수입에 의존하던 쿼츠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소재를 직접 제조한다는 자부심으로 합성쿼츠 제조 장비를 개발했고, 소재 제조기술을 확보했다”면서 “외국기업의 횡포적 판매에서 벗어나 쿼츠 공급이 국내에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