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프리카의 해안가를 뒤덮고 있는 무수한 옷 더미. 쓰레기 매립장을 연상시키는 옷들 대부분은 영국인들이 ‘기부’ 형식으로 내놓은 중고 의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7일(현지시간) 영국인들이 기부 명목으로 내놓은 중고 의류들이 아프리카 가나에서 심각한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해변과 주변 물길은 수천 톤의 중고 의류로 메워져 있다. 쓰레기를 단순 투척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백인들이 기부하고 가나가 매우 싼 가격에 사온 옷들이다. 지난해 가나는 8000만 달러(약 1040억원)에 달하는 중고 의류를 수입했다. 그러나 이 중 40%는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진 옷을 가나 현지 언어로 ‘오브로니 워우(Obroni W’awu’)’, 영어로는 ‘죽은 백인의 옷(Dead white man’s clothes)’이라고 부른다. 쓰레기가 된 옷들은 가나의 오다우 강둑에 10미터 높이로 산처럼 쌓여 있다.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고 의류 수출국인데, 이는 그만큼 쓸모없는 옷을 무수히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저렴하고 질 낮은 패스트 패션 아이템으로 옷장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선의를 가진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재활용 수거함에 옷을 넣는다”며 “그러나 대다수는 파티용 의상이나 참신하고 쓸모없는 운동복 등 일회성 상품이다. 결국 대부분은 쓰레기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의류 쓰레기 대처에 힘쓰고 있는 오알파운데이션의 공동 설립자 리즈 리켓츠는 “의류 쓰레기 산은 환경 재앙이다. 패스트 패션 때문에 너무 많은 옷이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있고, 대다수가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 안 좋은 품질의 옷들은 결국 버려진다. 또한 의류를 분류하고 판매해 줄 노동자들의 임금은 매우 적고, 이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