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TV홈쇼핑 주요 4사(GS·CJ·롯데·현대) 가운데 롯데홈쇼핑만 취급액이 증가했다. 나머지 업체는 지난해보다 취급액이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에 이어 홈쇼핑 주요 성과지표인 취급액마저 줄면서 국내 홈쇼핑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가 가시화했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TV홈쇼핑 실적 잠정 집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의 상반기 취급액은 약 2조75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6463억원 대비 3.9% 증가했다. 2분기에만 취급액 1조4000억원을 거두며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반면 CJ온스타일, GS샵, 현대홈쇼핑은 취급액이 역성장했다. CJ온스타일 상반기 취급액은 약 1조79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보다 2.1% 줄어든 2조원, GS샵은 0.6% 감소한 2조2900억원으로 추정된다.
롯데홈쇼핑은 '탈(脫)TV' 움직임에도 TV와 T커머스 등 방송 부문 취급액 성장률이 모바일보다 높았다. e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방송 직매입 판매를 늘리고 보험·렌털·여행 등 비유형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 주효했다. 회사 관계자는 “2월에 진행한 동계올림픽 연계 마케팅을 시작으로 4월에 열린 '광클절', 6월 신규 론칭한 '퀸즈데이' 등 지속적인 대형 마케팅 행사를 통해 고객 유입과 재구매율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TV홈쇼핑사는 외형 위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취급액 감소세가 지속됐다. GS리테일에 흡수합병된 GS샵도 올해 들어 취급액이 소폭 줄며 성장 침체에 빠졌다. T커머스 채널 단독 사업자인 SK스토아, KT알파, 신세계쇼핑이 상반기에 10%대 취급액 성장률을 이어 간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수익성 악화도 심화했다. 취급액이 늘어난 롯데홈쇼핑을 포함해 TV홈쇼핑 업체 모두 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에도 회사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0%까지 영업이익이 줄었다. 비대면 특수가 끝나고 쇼핑 환경이 e커머스 중심의 모바일로 재편되면서 TV홈쇼핑 산업의 성장 여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올해부터 외형마저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송출수수료 부담은 더욱 커졌다.
홈쇼핑사가 지난해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1.2% 증가한 2조2508억원이다. 방송 판매로 거둔 매출의 60%에 이르는 규모다. 홈쇼핑 실적에 송출료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유료방송사업자 역시 방송사업 매출에서 송출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로 인해 일부 복수종합유선방송(MSO) 사업자와 홈쇼핑사는 올해 송출수수료 인상 폭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