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초연결' 가전

[ET톡]'초연결' 가전

전자업계를 취재하며 늘어난 것들이 있다. 업계에 대한 혜안이나 미래를 예측하는 인사이트라면 좋겠지만 그보다 빨리 얻은 것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고객경험'과 '초연결성'이 가전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가전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번거롭게 제품을 하나하나 조작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터치 몇 번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앱에서 냉동식품 바코드를 찍으면 최적의 레시피를 안내받고, 바로 조리기기에 전송해서 자동 맞춤 조리를 할 수 있다. 집 밖에서도 원하는 시간대에 지정한 구역에서만 로봇청소기를 움직여서 청소하게 하는 등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IoT 가전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체험기사 작성을 위해 새로운 제품과 앱을 사용할 때면 상상만 하던 미래의 일상이 성큼 다가와 있는 기분이 든다.

다만 브랜드마다, 기기마다 앱을 설치하는 과정은 번거롭다. 와이파이 연결, 제품 등록, 공간 매핑 등 앱마다 기기 설정을 따로 하고 사용법을 익히다 보면 수십분의 시간이 훌쩍 흐른다. '브랜드나 제품과 상관없이 하나의 앱으로 모두 제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실현할 가전업계의 움직임이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1월 결성된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는 오는 9월 11개 기업의 스마트홈 플랫폼을 공개한다. 삼성전자, 제너럴일렉트릭, 일렉트로룩스, 하이얼 등 글로벌 11개 회원사가 참여한다. TV, 냉장고 등 대형가전을 제조사 구분 없이 앱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포함된 커넥티비티스탠더드얼라이언스(CSA)도 홈IoT 표준 '매터'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로 제어되는 제품을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등 타 플랫폼에서도 조종할 수 있다. 최근 LG전자도 CSA에 참여해 매터 개발과 표준 제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자사 고객 록인(Lock-in)에만 집중하던 기업들이 초연결성을 내세워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기기 간 연결에서 플랫폼 단위 연동까지 제품과 기업을 넘어선 초연결 생태계가 다가왔다. 중요한 점은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이다.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 만큼 차별을 둔 서비스 경쟁력과 체계 구축으로 고객을 끌어와야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부터 가전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멀티디바이스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일상에 가치 있는 경험으로 삶을 더 풍요럽게 해 주는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과 가치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초연결 시대를 맞아 플랫폼 종속성 해소에 따른 무한경쟁에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허물어진 장벽이 위기가 될지 기회로 작용할지는 기업의 손에 달렸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