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0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미래회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때 그는 이미 “30년 후엔 인간의 뇌를 인공지능(AI)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나올 것이고 인간의 뇌를 다운로드해 인간이 영생할 수 있도록 AI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다소 황당한 상상력이라고 여겨졌던 예측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AI가 발전하면서 10년 내에 인간의 뇌와 AI를 연결하는 기술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AI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면서 인류의 삶과 산업에 근본 변화를 일으키고 AI 기술과 활용 능력이 기업과 개인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돼 디지털 패권전쟁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AI 개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단어 의미 그대로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지능'이다. 1940년대에 신경망 모델이 처음 논의되기 시작해 1956년에 존 매카시(John McCathy)가 주도해 열린 '디트머스 콘퍼런스'에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그는 AI를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드는 공학과 과학'이라고 정의했다. AI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인간의 뇌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뇌에 의해 이뤄지는 학습, 인지와 인식, 이해, 소통, 문제 해결, 추론, 의사결정, 창의, 감정 프로세스를 모방해 알고리즘으로 소프트웨어화하고 이를 하드웨어에 장착해 시스템으로 만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AI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인간을 닮은 두뇌 지능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AI 역사
AI는 1950년에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Allan Turing)이 '컴퓨터 기계와 지능' 논문에서 인간처럼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계와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를 기반으로 컴퓨터의 지능 보유 여부를 판정하는 '튜링 테스트'도 개발된다. 1958년 프랭크 로젠블랫(Frank Rosenblatt)이 간단한 의사결정 알고리즘인 '단층 퍼셉트론(Single Layer Perceptron)'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딥러닝'의 기초가 된다.
이후 1960년대에는 컴퓨터의 논리적인 추론, 탐색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추론 방식을 모방하려고 시도했다. 1970~1980년대에는 친기업적 신자유주의 사상이 확산되면서 특정 지식의 범위에 대해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질문에 답하는 알고리즘 프로그램인 '전문가 시스템(experts system)'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1980년대부터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 연구가 다시 확산되고 사람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공장 자동화와 연계되는 로봇공학과 접목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AI는 인터넷 덕분에 중흥기를 맞았다. 컴퓨터 성능이 좋아지고 방대한 빅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AI는 더욱 진화했다.
1997년 AI 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고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에서 연승을 기록했다. 2006년에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심층 신뢰망(Deep Belief Network)' 논문을 통해 딥러닝 알고리즘을 다시 소개했다. 2016년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4대 1로 제쳤고 2017년에는 AI 알파고제로가 알파고를 이겼다. 2018년에 알파폴드는 아미노산 염기서열로부터 3차원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경연에서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엔 스스로 게임을 익히는 범용 게임 'AI 뮤제로'가 출시됐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부터 AI는 초지능·초연결·초실감을 구현하면서 백신 개발과 스마트 의료, 스마트 공장, 스마트 워크, 초실감 메타버스, 스마트 교육, 스마트 금융, 스마트 패션, 스마트 미디어와 문화예술 등 우리의 생활과 산업 그리고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AI 핵심 기술
AI를 구현하려면 여러 가지 융합 기술이 필요하다.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이미지와 영상을 보고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술, 상황을 이해하고 정서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의사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핵심 기술이 AI 활용성을 높이는 것은 자연어 처리기술(Natural language processing)이다.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해 사람처럼 인식하고 말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자연어 소통은 사고 역량과 연결돼 있어 컴퓨터와 지능을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 음성인식 기술과 결합해 발전하면서 검색, 자동번역과 통역, 챗봇, AI 스피커, AI 비서, 대화형 지능형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공신경망(ANN:Arificial Neural Network) 기술이 지금의 AI 시대를 가져오게 한 핵심 기술이다.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컴퓨터 학습 알고리즘이다. 두뇌 신경세포인 뉴런(neuron)과 뉴런 간의 신호 연결 지점인 시냅스(synapse)를 알고리즘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것이다.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두뇌가 학습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모방했다. 인공 시냅스의 결합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 인공 뉴런이 학습을 통해 인공 시냅스의 결합 세기를 변화시켜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가는 알고리즘 구조다. 이는 딥러닝의 핵심 기술이며 AI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 AI 시대를 열게 한 기술이다.
AI 발전 단계
이처럼 AI는 이미 인류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흐름은 단순히 인지 능력에서 벗어나 인지한 환경 속에서 최적의 답을 찾아내고 여기에 스스로 수행한 학습을 더해 추론과 예측을 한다. 미래에는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하는 등 행동 단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 연구와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매킨지는 2025년 AI 산업 시장 규모가 2000조원에 이르고 AI로 인해 7000조원에 이르는 파급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미래는 3단계로 이뤄지고 있다. 흔히 '약 인공지능'이라고 말하는 '협의 인공지능'(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이 첫 번째 단계다. 현재 대부분의 AI로, 특정한 부분에서는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다. 알파고의 바둑, 구글의 자동 번역기, IBM 닥터 왓슨이나 국내 닥터 엔서, 애플의 시리, 아마존 알렉사, 페이스북의 자동 얼굴인식, 소프트뱅크의 페퍼 로봇, 앤비디아의 무인 자율 주행자동차 등에 적용되고 있는 AI다.
다음은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흔히 '강 인공지능'이라 불린다.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대등한 지능을 가진다. 알파고의 바둑이나 구글 번역기의 외국어 번역 같은 특정 분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인간보다 우월하다. 2020년 12월에 알파고 개발사인 딥마인드는 범용 AI의 초기 모델인 뮤제로(Muzero)를 발표했는데 일체의 규칙과 정보 제공 없이도 바둑이나 체스 등을 스스로 마스터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었다.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획득한 AI 로봇 '소피아'도 범용 AI를 향해 더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마지막은 슈퍼 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이다. 초AI로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뛰어넘는다. 스스로 판단하는 자유의지도 갖고 있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로 능력의 한계 없이 발전한다. 결국 한 개의 슈퍼 AI가 전 인류 지능의 합을 넘어서는 특이점, 즉 싱글래러티(singularity)가 도래하게 된다. AI 과학자 겸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현재의 AI 발전 속도로 볼 때 2045년에 인류는 그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슈퍼 AI가 구현되면 인류가 그동안 풀지 못했던 기아, 기후변화, 우주개발 등 난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인간 능력과 수명의 무한 확장에 기여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면에 이에 대한 사전 준비와 대응 조치가 없을 경우 디스토피아 영화처럼 인류가 AI 기계를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복당해 노예가 되는 미래가 점쳐지기도 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AI 미래 발전 방향을 8가지로 제시했다. 업무 처리 숙련도가 성장하는 AI, 일상 속 활용이 쉬운 AI, 인간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AI, 소통과 설명이 가능한 AI, 다양한 대상과 상호작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AI, 문제 인식과 자가 통제하는 AI, 헌신적 이타적 윤리지능과 법적 규제를 준수하는 AI 등이다.
미래, AI에 달려 있다
AI는 빠른 속도로 인류의 삶에 영향을 주며 진화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기계. 자동차는 물론 기업 경영과 보건 의료, 국방, 금융, 복지, 보안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 분야에서 필수로 자리 잡았다. 언론, 문학, 영화, 광고, 음악, 그림 등 인류의 고유 영역으로 여겼던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창작물로 인간과 겨루고 있다. 미래에는 AI와 인간이 대화하고 교류 협력하는 차원을 넘어 AI가 인간을 지도하고 멘토링하는 수준까지 발전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그래서 인간과 AI 간 협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조만간 우리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인 AQ(AI Quotient), 즉 인공지능 지수를 개발해 이를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화와 국가의 역량으로 평가받게 될 수도 있다. 곧 특정 영역에서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분야가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AI를 내 경쟁자로 볼 것이 아니라 내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때가 됐다.
AI는 동전의 양면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때문에 AI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의 제어권 내에 있을 수 있도록 AI 윤리를 법제화하고 이를 준수토록 하는 국제적 공동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작고하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말씀처럼 AI가 발전해 우리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어쩌나 하고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AI에 올라타서 AI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AI 시대 인류의 미래는 현재 우리 인간의 결정에 달려있는 것이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대한민국 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 공동회장
<필자 소개>
안종배 회장은 한세대학교 교수이자 국내 대표 미래학자로서 국내 미래학과 미래 전략을 선도하고 있고 최근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연구와 정책 및 활용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또 클린콘텐츠운동본부 회장으로서 건강한 인성과 윤리 가치를 미래사회에 확산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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