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대행 사퇴와 함께 최고위원 연속사퇴로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의원총회를 통해 현재 당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반면, 이준석 대표가 징계 중인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임명이 가능한 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어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1일 의원총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총의를 모았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상황인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비상 상황이라는 의견에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비상 상황일 때 비대위를 가동할 수 있다”며 “의원총회는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고, 실제 비대위 발족과 관련된 의결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 하락과 함께, 이 대표 징계 이후 이어진 당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현 지도부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말사이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대행을 사퇴하고 최고위원이 잇달아 사퇴하면서 사실상 지도부가 정상 기능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전환 중지를 모으기 위해 선수별 의원 간담회와 의원총회를 연달아 개최했다. 이에 의원들도 빠른 비대위 출범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초선 모임 운영위원인 노용호, 서범수, 이주환, 전주혜 의원은 이날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주말에 비대위 전환 쪽으로 방향을 잡고, 저희는 지도부 결정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당헌·당규상 원칙을 문제 삼으며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 최종 결정까지는 내홍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작업이 사실상 이 대표를 몰아내기 위한 인위적인 비대위 전환 작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대위원장이 임명되면 현재 징계 상태인 이 대표가 사실상 제명 상황에 놓인다는 점을 악용한다는 해석이다. 이에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 등은 비대위 출범을 위해 일부러 당을 위기 상황으로 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당헌·당규상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작 비대위를 띄우기 위한 필수절차인 전국위원회의 경우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이 비대위 전환 명분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것도 변수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권한대행만이 임명을 할 수 있다.
권 원대대표의 책임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당 혼란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책임이 있는 만큼, 권 원대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 등 일선 후퇴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도부가 총사퇴 하고 새로이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주어 이준석 대표 체제의 공백을 메꾸어 나가는 게 정도(正道)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의 진퇴는 자동적으로 결정 될 것이다. 그때까지 잠정적으로 원내대표 비상체제로 운영하다가 전당대회 개최여부를 결정 하는게 공당의 바른 결정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