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美-中 갈등 최고조

아시아 순방에 나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은 펠로시 의장 보호 조치에 나서겠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2일(현지시간) 밤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하원 의장이 대만에 발을 들이는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25년만이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월 진행한 아시아 순방에서도 대만을 방문 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전체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아시아 순방 일정을 발표하면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다만 당시에는 대만 방문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2일 밤 대만에 도착하는 펠로시 의장은 3일 오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 후 입법원(의회)를 방문한다. 이후 오전 10시경 대만을 떠나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일정이다.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EPA=연합>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EPA=연합>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 하원의장이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계승 순위 2위에 해당하는 자리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이 대만에 강한 지지 의사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제멋대로 짓밟는 것”이라면서 “반드시 단호한 대응과 강력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안전 보장에 필요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1997년 대만을 찾은 미 하원의장의 선례를 고려하면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는 없으며,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베이징의 행동은 긴장을 증대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원의장이 안전하게 (대만을)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