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뇌를 공유하는 브라질의 샴쌍둥이가 27시간 수술을 끝으로 완전히 분리됐다. 특히 이번 수술에는 사상 처음으로 가상현실(VR) 예행 연습이 도입돼 놀라움을 안겼다.
1일(현지시간) AFP 등은 브라질 파울로 니에메예르 국립뇌연구소(IECPN) 부속병원이 영국 신경외과의 노울룰 오와세 질라니 박사의 지도 아래 세살배기 브라질 샴 쌍둥이, 아서와 베르나르두의 분리수술을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쌍둥이는 두개골과 혈관을 공유하는 ‘두개 유합 샴쌍둥이’(craniopagus twins)로, 6만번의 출산 중 1번꼴로 나오는 샴쌍둥이 가운데서도 5%만 있을 정도로 드물다. 매년 전 세계 50쌍이 태어나며, 단 15쌍만이 30일 이상 생존한다.
특히 이처럼 뇌신경까지 공유하는 샴쌍둥이는 수술 중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번 수술이 성공적인 외과 분리 수술 사례가 될 것이라고 이 수술을 후원한 영국 의료 자선단체 ‘제미니 언트윈드’는 말했다.
아서와 베르나르두는 2018년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주에서 머리가 서로 붙은 채로 태어난 후 줄곧 병원 침대에서만 지내왔다. 가장 가까이 있음에도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던 세살배기 쌍둥이는 이번 수술을 끝으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쌍둥이는 최종 분리 수술을 포함해 총 7번에 걸친 수술을 받았고, 수술 참여 의료진만 100명에 달한다. 마지막 수술은 물을 마시기 위한 단 4차례 휴식을 제외하고는 27시간 동안 마라톤으로 진행됐다.
수술을 집도한 신경외과의 가브리엘 무파레는 "내 경력 중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하고 도전적인 수술이었다"면서 "처음엔 아무도 이게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는데 둘 다 살린 것은 역사적인 성과"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분리 수술의 준비 과정에는 VR 기술이 활용됐다. 브라질과 영국의 의사는 협진에 앞서 CT와 MRI 스캔을 기초해 만들어낸 가상현실 수술실에서 처음 대면했다. 이들은 헤드셋을 쓴 채 가상현실실에서 수개월간 예행 연습을 했고, 수술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질라니 박사는 “VR은 정말 ‘초현대적인 것’이다”며 “그저 놀랍다.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리기 전에 해부도를 보고 수술을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VR)이 얼마나 외과의사들에게 안심을 주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며 “우리의 수술 모델은 다른 (성공 확률이 희박한) 수술에도 재현될 수 있고, 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쌍둥이는 회복 중이지만 수술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둘은 말하는 것이 어렵고, 베르나르두는 몸 오른쪽에 운동장애가 있는 상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