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하자 중국이 Su-35 전투기를 대만 해협에 배치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C-40C 전용기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2일 오후 10시 43분께 대만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고 대만 자유시보 등이 보도했다.
비행 시간은 총 7시간.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항로를 피해 우회했기 때문에 통상 비행 시간인 5시간보다 오래 걸렸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탄 수송기가 대만으로 향하는 가운데 중국군은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 도착 20여 분 전인 10시 25분께 Su-35, J-20 등 21대의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통과하도록 한 것이다.
Su-35는 러시아의 수호이사가 개발한 전투기로 현재 중국이 24대가량 사들인 4.5세대급 전투기다. 러시아군의 주력 제공 전투기 su-27을 개량해 만들어졌다. 이 전투기는 기계식 레이더 대신 위상배열 레이더(N135E Irbis-E)를 장착해 최대 350km 밖의 표적을 탐지하며 동시에 30개의 표적을 추적하고 8개의 공중 표적에 사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배치된 J-20 전투기는 중국이 최초로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또한 비슷한 시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중국과 마주하는 대만 푸젠성 해안가에 수륙양용 탱크가 배치된 모습과 샤먼시에 다연장 로켓포 등 중화기들이 집결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환구시보는 “앞으로 며칠 동안 중요한 추가 군사훈련들이 발표될 것”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매우 위험한 불장난으로, 불장난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타 죽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 무력시위에 맞서 미국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1일(현지 시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은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필리핀 인근 해역에 있던 미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을 대만 동부 500km 인근 해역까지 북상시켰으며, 강습상륙함 '트리폴리' 등까지 전함 4척을 대만 동부 해역으로 진입시킨 것이다. 로널드레이건은 유도미사일 순양함 USS앤티텀,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히긴스와 함께 기동하고 있다.
또한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중국이 전투기를 출격시키자 곧바로 미국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8대의 F-18 전투기와 5대의 급유기(유조 항공기)를 이륙시켰다.
니미츠급 항모인 '레이건'은 작년 10월 요코스카 기지에 입항한 뒤 4개월간의 연례 정비작업을 마치고 다시 '작전'에 투입됐다. 길이 333미터, 높이 63미터, 폭 79미터로, F-18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승조원 5천 4백여 명이 탑승해 '떠다니는 군수기지'로 불린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대만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일촉즉발의 최대 화약고가 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