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11호 미션 이후 50여 년 만에 재개되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의 첫번째 우주선이 이르면 이달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단, 아르테미스 1호에는 인간 대신 인형이 탑승한다. 유럽우주국(ESA)은 2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명 스톱모션 시리즈 ‘숀더쉽’(Shaun the Sheep)의 주인공 숀이 아르테미스 1호 승무원으로 발탁됐다고 밝혔다.
숀은 영국 애니메이션사 아드먼 스튜디오의 ‘월레스와 그로밋’의 단편 ‘양털 도둑’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이를 계기로 인기를 얻어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한국에서는 ‘못말리는 어린양 숀’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은 인류를 우주로 보내기 전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오리온 우주선의 안전성을 실험하기 위해 인형과 마네킹 등을 태운 무인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ESA는 오리온 우주선에 부착되는 서비스 모듈을 제작, 제공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무인으로 지상에서 통제되는 아르테미스 1호는 달 궤도를 선회하고, 근접비행을 통해 달로부터 중력을 약 7만k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후 42일 만에 지구로 귀환한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1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내년에 실제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유인 임무 ‘아르테미스 2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2025년에는 여성과 유색인종이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3호가 전개될 계획이다.
어린양 숀은 이미 무중력 훈련에 참여한 경력자다. 지난 2019년, 숀은 ESA 우주비행사들과 에어버스 ‘제로 G’ A310 특별기에 탑승해 극미중력(인력이 거의 없는 우주 궤도의 상태)을 경험하며 훈련장을 유영했다.
아르테미스 임무에서 ESA의 대표 캐릭터가 어린양 숀이라면, 나사는 스누피다. 스누피는 지난해 11월 아르테미스 탑승자로 발표돼 12월부터 나사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자리잡고 있다. 숀과 스누피뿐만 아니라 레고 4종도 아르테미스 1호에 탑승할 예정이다.
ESA 데이비드 파커 박사는 “숀이 이번 임무에 선발되어 정말 기쁘다. 인간에게는 작은 단계이지만, 어린양 숀에게는 큰 도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드먼 스튜디오의 마케팅 디렉터 루시 웬도버도 “숀은 이전의 어떤 양들보다 더 멀리 여행한다. 행운을 빌어, 숀”이라며 축하했다.
한편, 인형의 우주 탐사는 단지 ‘귀여움’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중력 상태를 점검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작은 인형을 들고 우주선에 탑승한 것을 계기로 인행이 탑승하는 것이 전통처럼 자리잡았다.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 버즈 라이트이어, ‘겨울왕국’의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 레고 등이 우주를 다녀왔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