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이광희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권순철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고온 후공정 없이 음이온 촉매를 첨가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차세대 유기태양전지 전기전도도 20배, 효율 10% 이상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유기태양전지는 유기물 반도체를 광활성층으로 하는 차세대 태양전지로, 생산 비용이 낮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소자를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다. 유기태양전지 필수 소재로 사용되는 몰리브덴 산화물은 몰리브덴 금속 원자에 산소 원자가 결합한 형태의 화합물로서 투명한 전기전도성 박막이다. 기존 몰리브덴 산화물은 진공 열증착 공정을 통해 제조되어 왔으나, 긴 공정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박막의 두께, 몰리브덴과 산소의 비율 등 공정 환경에 매우 민감해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몰리브덴에 기능성 유기물이 결합된 유무기 하이브리드 화학소재를 이용한 유기졸겔합성법은 잉크를 통해 금속산화물 박막을 형성하는 공정으로 기존 진공 열 증착 공정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박막에 높은 전기적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금속산화물만의 네트워크가 치밀하게 형성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은 200℃ 이상 고온 후공정이 필요해 실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금속산화물 잉크에 음이온 촉매를 더 해 상온에서 높은 성능의 용액공정 몰리브덴 산화물을 개발, 양산 가능한 차세대 고효율·장수명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상온 공정은 열처리 없이 태양전지를 만드는 기술로, 기존 프린팅 방식의 태양전지 제작 기술보다 더 단순화된 방법으로 유기태양전지 상용화에 필요한 광전변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몰리브덴 산화물 잉크에 단순히 리튬비스마이드(LiTFSI) 음이온 촉매를 첨가하는 방법을 통해 상온에서 잉크를 도포하는 공정만으로 치밀한 금속산화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투명 전기전도성 박막은 기존보다 20배 이상 전기전도도 향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강한 전기음성도를 가진 음이온 촉매가 기능성 유기물에 전자 재배열을 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표면의 형태 및 원소 분포 등을 실험적으로 비교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몰리브덴 산화물은 음이온 촉매법을 통해 기존 유기태양전지의 낮은 광전변환 효율을 16.0%에서 17.6%로 10% 이상 향상했으며 치밀한 그물망 구조가 공기와 수분의 침투를 막아줬다. 100시간 태양 빛에 노출됐을 때 기존 초기 효율에 55%를 유지하던 것에 비해 초기 효율의 70%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광전변환 효율을 높이고 제작공정을 단순·안정화할 수 있어 유기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온에서 공정 가능한 금속산화물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투명하고 유연한 다기능 전자 시스템 등 대량 생산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순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더욱 치밀하고 안정한 저차원의 금속산화물 그물망 구조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이를 이용해 태양전지는 물론 다양한 고성능 광전자 소자의 핵심 기능층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교수(공동 교신저자)가 주도하고, GIST 신소재공학부 기태윤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재료 분야 최고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 온라인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