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계좌 개설 때 은행 창구에서 손쉽게 발급하던 체크카드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매년 100만장 이상 체크카드가 자취를 감췄다. 비대면 금융 확대와 더불어 MZ세대 중심으로 네이버·카카오페이, 토스 등 간편결제 수단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지급결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체크카드의 설 자리가 점차 축소되는 모양새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의 올해 2분기 기준 체크카드 발급량은 6146만8000장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6157만4000장) 대비 10만6000장 줄었다. 특히 4년 전인 2018년 2분기(6712만6000장)와 비교하면 565만8000장 급감했다. 단순 추산으로 1년에 100만장 이상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체크카드 감소의 가장 큰 영향 가운데 하나는 체크카드 주 고객이던 MZ세대의 이탈이다.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이 선보인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의 경우 MZ세대인 2030세대가 전체에서 75%를 차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 발행 축소의 주원인으로 MZ세대 이탈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체크카드 주요 사용층이던 MZ세대가 간편결제를 사용하면서 전체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세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카카오페이, 토스에서 결제된 금액은 총 63조6701억원으로 전년(42조7824억원)보다 4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업 카드사의 체크카드 이용액은 전년 대비 5.6% 성장에 불과했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영업점 방문자가 급감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체 체크카드 비중에서 은행계 카드사는 전체 97.8%(2022년 2분기 기준)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압도적인 비중은 그동안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추가로 체크카드 발급을 권유하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오픈뱅킹으로 간편결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체크카드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하던 사례가 최근 감소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렇다 보니 은행 지점에서 체크카드 발급 권유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에 이어 전통 금융사도 '후불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체크카드 축소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불결제는 돈이나 카드 없이 물건을 구입하고 이후에 결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신용카드와 형태는 유사하지만 절차가 간소하고 체크카드처럼 연회비가 없다. 소비 욕구는 높지만 돈이 부족한 MZ세대와 신파일러 사이에서 이용이 확대되고 있다.
자료:여신금융협회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