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불통 부총리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2학기 방역과 학사 운영 방안 계획을 설명한 뒤 취재진 질문을 외면하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2학기 방역과 학사 운영 방안 계획을 설명한 뒤 취재진 질문을 외면하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만5세 입학' 학제개편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교육부가 수습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공론화'다. 충분히 듣고, 장단점을 따져서 그래도 국민이 반대하면 시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렇게 말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2학기 학사운영 방안'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외면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마치 질문이라도 나올까 봐 무서워서 도망치는 듯한 모양새였다. 뒤쫓아 가며 기자들이 질문하자 서둘러 떠나려다 신발까지 벗겨졌다. 이보다 앞선 3일 교육부 차관도 학부모 간담회 후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 의견을 듣는다면서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것을 납득할 만한 국민이 몇이나 될까.

지난달 5일 취임한 박 부총리는 이제 취임 1개월을 맞는다.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사태가 빚은 논란이 과연 우연일까. 이번 사태는 부총리가 '스스로 밝혔듯' 교육 분야의 비전문성과 불통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부총리는 취임 후 여러 차례 가진 현장 행보에서 잦은 말실수로 교육 전문가들을 황당하게 했다.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서 한 '라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해당 학교는 교사 대 학생 비율이 1대 23~24명이라는 교장의 설명에 박 부총리는 “과거 한 반에 학생이 90~100명 정도였는데 전반적으로 선진국 인프라가 갖춰져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는 아직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2020년 기준 40년 이상 된 노후건물이 7980개동에 이른다. 학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도 선진국 수준 시설과 기자재를 유아교육에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선결론 후소통'식 행보도 이번이 전부가 아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 양성방안도 생태계 전체는 보지 못하고 숫자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도체 관련 현장 방문에서도 방진복을 “유해물질 때문에 입는 것이냐”라고 질문, 뒷담화 소재로 오르내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비전문성을 보완하는 길은 소통밖에 없다. 그럼에도 비판이 두려운 듯 부총리가 소통을 피하고 있으니 우리 교육의 미래가 암담할 뿐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