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품 안전 위협 '살모넬라균', R&D로 돌파해야

[기고]식품 안전 위협 '살모넬라균', R&D로 돌파해야

얼마 전 냉면집에서 살모넬라균으로 말미암아 1명이 사망하고 34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살모넬라균은 70% 이상 계란 껍질에서 발생한다. 여름철 기온이 높아지면서 계란 선도 유지를 위해서 물 세척 과정을 생략하고 유통됨으로써 전파 확률이 높아진다. 잘 체감되지 않는 숫자이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매년 약 3만명이 여름철 식중독에 감염된다. 살모넬라균은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여름철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1순위 병원성 세균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식중독은 계란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학교급식이나 단체급식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계란을 유통하는 업계 입장에서 살모넬라균 이슈는 여름철마다 만성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법은 사실상 별로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는 사항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일명 락스)을 물에 희석해서 계란을 세척하고 철저한 냉장 보관으로 유통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도 하절기에 집중적으로 위생 검사와 함께 단속하고 있지만 인력 및 시간 한계가 있다. 또한 식약처의 권고를 잘 따른다 해도 더 큰 문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유효성, 즉 살균 효과가 낮은 것이 문제다.

학계 보고에 따르면 차아염소산나트륨 유효성 검증에서 식란 껍질 표면에 있는 살모넬라균이 약 50% 제거되는 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여름이 되면 계란 유통의 골칫거리인 살모넬라균에 대한 이슈는 자칫 2년이 넘는 '바이러스 공포'로 지친 국민에게 또 다른 '식품 안전'이라는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중대하다 할 수 있다.

한 양계농가가 2018년에 이러한 문제점을 자각하고 한국과학기술원과 천연식물추출물 폴리페놀·미네랄 성분을 이용한 살균·코팅 방식을 공동 개발, 현재 상용화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살모넬라균과 대장균을 99.9% 제거할 수 있고, 항산화 나노코팅 기법을 통해 물 세척으로 파괴된 계란 표면의 보호막인 큐티클 층을 보호할 수 있다. 신선도를 비교군에 비해 2주 이상 오래 상온에서 유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세계 최초로 천연 물질을 이용한 계란 표면의 병원성 세균 제거로, 그 가치가 더욱 높다. 하지만 업계와 정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선별 포장 과정이 복잡해져서 원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의 필요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계란은 고객을 모으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자주 활용되는 것이 업계의 관례다. 품질보다는 단가에 초점을 두고 판매 전략을 세운다. 유통업자는 당연히 싼 가격의 계란을 원하고 생산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식품 안전 관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번 물가안정 정책도 '계란 값 안정'을 중점적으로 관리·감독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다.

곡물 가격, 인건비, 유류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계란 생산원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이제 국민이 원하는 가격의 싼 계란 시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악재 속에서 살모넬라균과 같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양계농가는 더 큰 악재에 시달릴 수 있고, 향후 가격 폭등으로 생활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가격에 맞는 품질과 안전이 확보된 계란, 고객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계란 생산도 중요하지 않을까.

정부는 하루빨리 국민의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 유통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유통사는 소비자 요구가 반영된 우수한 농산물을 제공, 단순히 낮은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생산자와 유통업체도 '소비자가 원하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유통, 상생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황한솔 한솔루트원 대표 daejang555@mommyran.com